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오후 춘추관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갖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박 대변인이 이날 정오께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라이브 방송 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오경희 기자 |
"언제 어디서든 국가·국민 보탬 되도록 살겠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국민 여러분, 기자 여러분, 저는 청와대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도록 살아가겠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54)의 '마지막 브리핑'이다.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입'으로 임명됐던 박 대변인은 2일 춘추관 단상에서 내려왔다. 8개월여 만이다. 오는 6월·13일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8개월 전 이 자리에 섰을 때 대변인의 말이 청와대의 품격이라고 말씀 드렸고,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이며, 우리 기자들 전화와 말을 국민의 목소리로 듣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 청와대의 일방적인 말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와 야당의 말씀을 잘 듣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이 모든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떠나는 마당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박 대변인의 고별사가 끝나자, 기자들은 박수를 쳤다. 그는 지난 시간 함께 일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을 김의겸 신임 대변인과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카메라가 켜지기 전 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떠나는 오늘이 (여기 저기 인사하고, 업무를 마무리 하느라) 제일 지친 것 같다"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변인과 기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루 24시간 박 대변인의 휴대전화는 뜨거웠다. 아침 현안점검회의가 있기 전인 새벽 5시부터 7시30분까지 각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전화가 쏟아진다. 문자는 수백통이 쌓인다. '북핵 도발'과 같은 긴급 상황이 벌어진 날엔 그야말로 휴대전화에 '불'이 난다.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맞이 전화통화를 옆에서 기록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박 대변인을 옆에서 봐온 한 청와대 관계자는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서 20시간을 일했다"며 "대통령 수행이나 브리핑 때를 제외하고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봄부터 가을을 넘겨 겨울이 되도록 공주에서 챙겨 온 여름 양복으로 버틴 것도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조국 민정수석이 금일봉을 건넸고, 박 대변인은 고맙고 서러운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오께 SNS(사화관계망 서비스)로 생중계되는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 방송 출연 차 브리핑룸에 들른 박 대변인도 "전 정부엔 대변인 전속 속기사가 있었다던데 나는 100% 수기로 기록했다. 볼펜으로 글씨를 쓰니 손에 물집이 생겼다. 나중엔 뼈까지 아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대변인실 식구들에게 '사랑합니다'란 말을 늘 하셨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일관되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진심을 느꼈다. 엊그제 송별회를 했는데, 아직 안 믿겨진다. 아마도 눈에 안보실 때 실감이 가지 않을까"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박수현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에게 전한 카드와 메시지. |
그런데도 청와대를 떠나면 제일 보고 싶은 사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기자'를 꼽았다. 곁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에 대해 박 대변인은 "경청하되 결단이 빠르며, 선한 리더십을 느꼈다. 신뢰가 쌓이면 정치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떠나면서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자신을) 잊지 말라"며 고별 선물을 남겼다. 대변인으로서 마이크 앞에 선 자신의 사진과 메시지를 담은 카드다. 카드 앞면엔 '유각양춘(有脚陽春)' 네 글자와 함께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봄이 되어야 겠습니다'란 글이 쓰여 있다.
"인연은 스쳐가지만 사람은 스며듭니다. 그 온기를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겠습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 대변인은 이제 충남지사직에 도전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상대인 양승조 국회의원과 복기왕 아산시장도 도지사 출마를 공식선언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