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文 복심' 양정철 북콘서트, 몰래 온 임종석이 '한 말'
입력: 2018.01.31 00:00 / 수정: 2018.01.31 07:10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화문=이새롬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화문=이새롬 기자

임종석, 양정철에게 "몸 잘 만들어두라"

[더팩트 | 광화문=오경희 기자] "청와대 직원들은 제가 여기에 온 것을 모를거다."

30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무대에 선 양 전 비서관은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다"며 객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불을 좀 켜달라"고 했다. 장내 참석자들의 모든 시선은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시는 게 좋을지 걱정입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기 오셔도 됩니까."(양정철)

"대체로 가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만 조성하고 저만 왔다."(임종석)

양 전 비서관은 단상에서 내려와 임 실장과 포옹했다. 마이크를 잡은 임 실장은 "(양 전 비서관을)본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잠깐씩 돌아올 때마다 만나서 코가 삐뚤어지게 술 한잔씩 하고 그랬다"면서 "타지를 돌아다니면서 많이 외로울텐데 우리 양비(양 전 비서관의 줄임말)가 씩씩하게 버텨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캠페인을 할 땐 뭔가 생각이 비슷해 척하면 삼천리고 서로 말을 안해도 잘맞고 늦게 끝나도 대포하는 맛에 힘든줄 모르고 했다. (그 시간이) 많이 그립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사람 사이 '불화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 전 비서관과 포옹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 전 비서관과 포옹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임 실장은 "타지에 있다 보면 아프면 서러우니 낙관주의와 건강, 두 가지를 부탁한다"며 "몸을 잘 만들어두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 전 비서관을 두고, 그간 정치권에선 6·13 지방선거 출마설과 역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온 터라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양 전 비서관은 이에 "임 실장과 폭탄주를 많이 먹는다. 사실 엊그제 한잔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픈 게 그날이 밀양참사 직후였다"며 "임 실장이 과로 때문에 어깨와 목이 뭉쳐 옷을 못 갈아입을 정도였다. (임 실장이) 용하다는 의사 분과 진료를 잡았는데 참사가 벌어지니 진료도 팽개치고 비상근무하고…"라며 걱정했다.

그는 임 실장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객석을 향해 "임 실장이 대통령과 비슷하게 고지식하다"며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러가지 현안도 많아 대통령 곁에서 대기하고 보좌해야 하는 중책이다. 그러니 여러분들 명으로 임 실장이 빨리가서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해도 되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저 다시 들어가라고요?"라고 웃으며 "적당히 눈치껏 있다가 가겠다"고 말한 뒤, 몇 분 동안 앉아있다가 무대 뒷편 출입구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에서 두번째)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에서 두번째)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날 역시 세간의 시선은 양 전 비서관의 거취로 쏠렸다. 그래서인지 그는 "정치를 할 일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실장 등장 전, 무대에서 저서를 소개하며 "앞으로 출마할 일도 없고 정치할 일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제가 문 대통령이 계시는 5년 동안 근처에 얼씬도 안 하겠다고 하면 너무 단정적으로 말한다고도 하는데 '저는 권력 근처에 갈 일이 없다', '끈 떨어진 놈이다'라고 다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정치를 9년 정도 하시면서 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그 일에 제가 중간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며 "그 많은 분들이 정권교체에 대한 단심 하나로 도와주셨지만, 세상일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한국에 있고, 공직에 있으면 그 분들에게 도리를 다하고 갚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에게 사전에 받은 질문 가운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선 "우리 국민이 스스로 힘으로 이 정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갖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보고 당당하고 신념 있게 뚜벅뚜벅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2월까지는 한국에 있을 계획이고 북콘서트가 끝나면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대통령,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공신인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잊혀질 권리를 달라"며 출국해 해외에서 머물다, 최근 북콘서트 차 귀국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바라보는 탁 행정관./이새롬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바라보는 탁 행정관./이새롬 기자

한편 양 전 비서관의 1차 북콘서트는 오후 7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했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 출마를 알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민병두 의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과 인터넷으로 사전 신청을 해 추첨된 350여명의 독자가 참석했다.

다음 달 6일 2차 북콘서트를 열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 '3철'로 불리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지난 대선 이후 공식석상에서 처음 모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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