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靑.春'일기] 文대통령도 찾는 구내식당과 '밥값'
입력: 2018.01.30 05:00 / 수정: 2018.01.30 05:00

청와대와 춘추관 구내식당 밥은 맛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춘추관 구내식당 '밥'은 맛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오늘도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어댄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니 밥때다. 기분 탓일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요즘 더 빨리 허기가 지는 것 같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자연스레 삼삼오오 춘추관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출입기자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거나 밖에서 사먹는다. 휴일 근무나 때를 놓치면 배달음식을 시켜먹기도 한다.

"청와대 밥은 맛있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 견해지만, 꽤 '맛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청와대 구내식당은 밥과 반찬이 맛있어서 '청살'이 붙는다는 농담이 있다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근무를 하고 나면 살이 찐다는 얘기가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청와대와 춘추관 식당 메뉴는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직접 배식한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직접 배식한다./청와대 제공

게다가 '밥값'까지 저렴하다. 한 끼에 3000원이다. 현금으로 계산하거나, 교통카드처럼 출입증에 충전해서 지불한다. 식당 운영은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다. 밥, 국, 반찬 등이 놓여 있고, 자율 배식이다. 쌀쌀한 날씨 또는 맛있는 메뉴인 날엔 부쩍 줄이 길어진다.

지난 24일엔 특별한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홍합 미역국, 잡채, 갈비, 호박전 등이 나왔다. 일부 출입기자들은 "생일상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었다. 홍합 미역국은 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의 향토음식으로,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도 취임 후 예정에 없이 청와대 구내식당을 찾아 여러 번 점심 식사를 했다. 지난 10일 취임 뒤 첫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박수현 대변인,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밥을 먹었다. 문 대통령은 식권함에 식권을 넣고 일반 직원들처럼 줄을 서 직접 배식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모습./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모습./청와대 제공

문득 '밥'에 대한 '잡념(?)'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방중 기간 '혼밥' 논란, 올해 초 청와대 출입기자를 둘러싼 '밥값 장부' 갑론을박,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노량진 컵밥'으로 상징되는 청년층의 현실 등등. 우리는 '밥'에 민감하다. 먹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 간(정치적, 심리적) 관계 또는 생존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밥값 좀 하라"는 말이 있다. 통상적으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 '제 몫'을 다 하라는 얘기다. 생일 다음 날인 지난 25일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밥값 좀 하라'는 말로 들렸다. '일자리 정부'를 내걸었지만, 최근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헌법 개정안'과 관련해 "밥값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밥'은 죄가 없다. '밥값'을 못 해서 문제지.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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