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이전투구' 안철수와 박지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입력: 2018.01.30 00:00 / 수정: 2018.01.30 00:00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추진으로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약 2년의 동고동락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신당 창당에 나섰고, 안 대표는 신당 창당이 해당 행위라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추진으로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약 2년의 동고동락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신당 창당에 나섰고, 안 대표는 신당 창당이 해당 행위라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남윤호 기자

'의좋은 형제' 안철수 vs 박지원 '으르렁'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박지원 의원은 2016년 3월 2일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친노패권'과 '혁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안 대표와 박 의원이 한솥밥을 먹는 계기였다.

안 대표와 박 의원은 그렇게 약 2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챙겼다. 약 2년 동안 총선과 대선까지 함께 치렀다. 어려움 속에서 듬직한 버팀목처럼 지낸 두 사람은 국민의당을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40명을 당선시키며 명실상부한 원내 3당으로 만들었다.

박 의원은 이후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안 대표를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안 대표와 박 의원은 두 번의 큰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3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았다.

사실 박 대표는 그동안 누구보다 안 대표를 띄우는 데 노력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다. 박 의원은 지난해 4월 23일 자신의 지역구 목포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대선 지원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겠다고 지지를 호소했고, 안 대표는 눈물로 화답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했다. /더팩트DB
박 의원은 지난해 대선 지원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겠다"고 지지를 호소했고, 안 대표는 눈물로 화답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했다. /더팩트DB

그리고 다음 날에도 박 의원은 "우리 목포와 전라남도 광주, 전라북도에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한 일을 안철수 대통령이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분 안 후보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안 대표는 박 의원의 말에 눈물까지 흘리며 화답했다. "어제 제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박지원이 저 안철수 대통령 되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안철수의 승리가 제2의 DJ의 길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그 결단에 보답하겠습니다!"

'의좋은 형제' 같은 모습을 보였던 두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두 사람은 '의 상한 형제'처럼 '이전투구'를 하며 하루가 멀다고 물어뜯기 바쁘다. 안 대표의 바른정당 통합 추진으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말,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걸 모른다더니 안철수 대표 구태정치 참 빨리도 배운다" "우리 안 대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유승민 아바타구나' 이렇게 알고 있다" "지난 대선 안철수를 지지한 것에 대회 사죄한다"면서 "이제 안철수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외국으로 내보내자" 등 조롱에 가까운 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안 대표와 박 의원은 사실상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통합을, 박 의원은 창당으로 각자의 길로 이별 수순을 밟으며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지 않을까 싶다. /영화 <봄날은 간다> 갈무리
안 대표와 박 의원은 사실상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통합을, 박 의원은 창당으로 각자의 길로 이별 수순을 밟으며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지 않을까 싶다. /영화 <봄날은 간다> 갈무리

안 대표도 질세라 "당적을 정리해 떠나라" "노골적인 해당 행위가 급기야 정치 패륜 행위까지 이르렀다" "참담한 심정이다.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명백한 당 파괴행위이자 탈당 의사를 표명한 것" 등으로 응수하며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두 사람은 이제 다시 보지 않겠다는 듯 막말을 주고받는 중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죽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이다. 안 대표와 박 의원의 이런 모습이 흡사 연인의 이별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할 때 그렇게 죽고 못 살았지만, 어떤 일로 다투다 결국, 이별을 선택해 각자의 길을 걷는 연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연인의 뜨거운 사랑도 어떤 계기로 식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 마련이다. 물론, 이별을 정리하는 모습이 좀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한다.

안 대표나 박 의원은 이별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모든 게 너 때문이야'라는 생각일까? 아니면 '이것도 이해 못 해?'일까. 이런 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렇게 따져 물을 수도 있겠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가 은수(이영애)에게 따지듯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말이다.

아마도 안 대표나 박 의원은 서로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고 싶겠지만, 이제 두 사람은 공식 이별만 남겨 놓은 듯하다.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한다. 2년 전 따뜻한 봄날 만나 하나가 됐던, 이들은 2018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각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와 박 의원에게 오는 봄날은 과연 따뜻할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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