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7일 경남 밀양 화재참사 현장에서 자신이 경남지사를 할 때는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없었다고 단언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사진은 홍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밀양=남용희 기자 |
"도지사 당시 인명사고 단 한 건도 없어"…재임 중 99명 사망·478명 부상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내가 4년 4개월 경남지사를 할 때는 11월부터 2월까지 언제나 소방특별점검을 했다. (그동안) 내 기억으로는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경남 밀양 화재참사 현장을 찾아 정부 책임을 지적하며 남긴 말이다. 자신이 경남도지사에 재임하던 시절에는 인명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자주 '팩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 발언도 확인이 필요해보였다.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에 재직하던 시절 인명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더팩트>가 홍 대표의 발언을 팩트 체크해봤다.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에 재직하던 2016년 한해 동안 경상남도에서 발생한 화재 통계.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캡쳐 |
√ FACT체크 1."인명사고 한 건도 없었다"…확인 결과 99명 사망
결론부터 밝히면 홍 대표의 말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단 한 건도 없었다'는 홍 대표의 말과 달리 홍 대표 재임 시절 화재 사고로 인해 99명이나 사망했다.
<더팩트>는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화재현황통계'를 통해 홍 대표 재임 기간 동안의 화재 통계를 조회했다. 홍 대표는 2012년 12월 20일에 취임해 2017년 4월 10일에 사퇴했다. 정확히 이 기간 동안의 화재 통계를 조회하자 지역별 건수와 발생 비율, 인명피해, 재산피해, 소실면적 등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4년 4개월 동안 경남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만6214건이었다. 사실 홍 대표는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참사 현장에서도 "제가 (경남) 지사를 하는 4년 4개월 동안 경남에서 건물이나 사람이나 불난 일이 한 번도 없다"고 한 바 있는데 이 발언 또한 명백한 거짓이었던 것이다.
또, 이 기간 동안 사망자는 99명, 부상자는 478명에 달했다. 홍 대표 퇴임 직전이었던 2016년 1년 동안만 해도 29명의 사망자와 10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단 한 건도 없었다'는 홍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과장이거나 기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밀양 참사가 전 경남지사였던 자신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사고 해역 책임자인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에게 (책임을) 물었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발언 또한 팩트 논란에 휩싸였다./임세준 기자 |
√ FACT체크 2. 세월호 참사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총리실 "사실 아냐"
홍 대표는 지난 2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책임을 전 경남도지사였던 자신에게 물은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세월호 참사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언급했다.
그는 "사고 해역 책임자인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에게 (책임을) 물었나"라며 "(내 책임을 물으려먼) 그 사람들 다 책임지고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경남지사였던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자 이 총리를 끌어드린 셈이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 발언 역시 전제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당시 전남지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홍 대표 발언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총리실은 "이 총리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전남지사 신분이 아니라 경선에 출마한 도지사 후보 신분이었다"며 "당시 이 지사가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14년 7월 1일부터"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 발언의 취지는 알겠으나 '사고 해역 책임자인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라는 발언 자체는 사실이 아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팩트 체크' 가장 많이 되는 정치인, 홍준표 대표
최근 홍 대표는 '팩트 체크'를 가장 많이 당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홍 대표가 반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언급하는 내용 중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는 '막말 논란'에 대해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가장 상처받는 말은 팩트다.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는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로 본다"며 자신의 발언들이 '막말'이 아닌 '팩트'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던 <더팩트> 기자는 홍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한으로 그칠 일이지, 그것을 분풀이식으로 저렇게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질문했다. 당시 홍 대표는 마치 조 수석이 사법고시를 봤으나 떨어진 것처럼 얘기했지만, 조 수석은 사법고시를 아예 치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팩트 왜곡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이 질문에 "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나는 사법고시를 응시했냐 안 했냐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건 팩트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자신은 '붙었다고 한 적 없고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홍 대표의 답변은 말장난 혹은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정도였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의 팩트 왜곡 논란은 또 다시 들불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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