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민주평화당 창당에 나선 의원 등 179명의 당원권을 정지했다. 반면, 민평당 창당에 나선 조배숙·박지원 의원 등은 "수구 보수세력과의 야합"이라며 안 대표를 비난했다. /문병희 기자 |
안철수 "정치적 패륜" vs 반대파 "구태 정치 참 빨리도 배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놓고 안철수 대표와 반통합파 의원들의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수 대표와 반통합파는 사실상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민주평화당 창당추진위원회가 창당발기인대회를 하자 "해당 행위"라며 당원권을 정지했다. 안 대표는 입장을 내고 "당적을 정리해 떠나라"며 당무위원회를 열고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당원 179명의 당원권을 정지했다.
안 대표는 "노골적인 해당 행위가 급기야 정치 패륜 행위까지 이르렀다"며 "참담한 심정이다.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명백한 당 파괴행위이자 탈당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반대파들은 '국민의당은 죽었다'라는 구호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국민의당을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급기야 국민의당 자체를 부정하는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28만 당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소위 민평당 창당발기인은 더는 남의 당 전대를 방해하지 말고 지체 없이 당적을 정리하고 떠나라"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이날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명백한 당 파괴행위이자 탈당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여의도 당상에서 당무위를 열고 이들의 당원권을 정지시켰다. /문병희 기자 |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파는 민평당 창당에 나서며 안 대표에게 사실상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쉽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민평당 창당에 나선 반대파들도 안 대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민평당 창당 발기인에는 조배숙, 박지원, 천정배 등 현역 국회의원 16명을 포함해 2485명이 참여했고, 권노갑, 정대철 등 고문 16명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안 대표의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수구 보수와의 야합'으로 규정했다.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조배숙 의원은 발기인 대회에서 "민주와 평화를 부정하는 수구 보수세력과 야합하는 데 동의할 수 없어서 분연히 (국민의당을) 박차고 나왔다"며 "새로운 깃발을 들고 다당제와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병행 발전을 만드는 당을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당원권 정지를 하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말,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걸 모른다더니 안철수 대표 구태정치 참 빨리도 배운다"고 일갈했다.
안 대표와의 이별을 선언하며 민평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조배숙·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 등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당원권 정지'에 대해 "겁쟁이가 엉뚱한 짓"한다고 비난했다. /문병희 기자 |
그는 "민평당 창준위 하는 사이 저를 포함한 179명을 징계했다. 이상돈 전대 의장은 발기인 참가도 안 했건만 무섭기는 무서웠나 보다"며 "겁쟁이가 엉뚱한 짓 하는 걸 보면 통합 후 유승민 대표와 똑같은 예고편? 저로서는 징계 축하한다는 후배 전화에 감사하다 답했다"고 안 대표를 비꼬았다.
천정배 의원도 논평을 내고 당원권 정지를 내린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사유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무위를 안 대표의 거수기로 만들 수는 있어도 국민의당 전체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며 "안 대표는 이미 당헌·당규와 민주주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보수야합을 위해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민심을 배신하고 국민의당을 파탄지경으로 이끌어 온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당무위가 안철수 사당에 장악되지 않았다면, 안 대표 자신이야말로 징계를 백 번은 받았을 것"이라며 안 대표가 적반하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와 통합 반대파 의원들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와 반대파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민의당이 창당 2주년 만에 분당 절차를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