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흔의 법과 세상] 1987헌법과 2017세상, 2018년 헌법
입력: 2018.01.25 04:00 / 수정: 2018.01.25 04:00
영화 1987은 1987년 6월 항쟁의 모티프가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을 정면에서 다뤘다. /영화 1987 포스터
영화 '1987'은 '1987년 6월 항쟁'의 모티프가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을 정면에서 다뤘다. /영화 '1987' 포스터

작년 말에 개봉한 영화 '1987'의 뜨거운 메시지가 흥행가도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1987'은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킨,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다. 깨어 있는 양식으로 용기를 낸 인물들의 진심이 이어져 세상을 바꾼 결말이 관객들에게 잔잔한 여운과 뭉클한 감동을 준다.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1987'의 민주화 열망은 30년 뒤인 '2017'에 탄핵 촛불로 재점화됐다. '국민이 대표자를 뽑는 제도가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믿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던 국민들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대표자만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는 믿음으로 또 다시 탄핵 대선을 이뤄냈다.

국민에 의한 선거제도는 '근대적 의미의 헌법'의 초석이긴 하지만 형식적 민주주의만을 담보한다. 민의를 제도로서 반영할 수 있는 '현대적 의미의 헌법'이 작동돼야만 실질적 민주주의가 정착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통치구조를 규율하는 최상위의 법이다. 기본권을 통제하기 위해 통치구조를 정당화했던 유신헌법과 이의 유산인 5공헌법은 '장식적 의미의 헌법'에 불과했다. 1987헌법은 이를 철폐하고 '근대적 의미의 헌법'으로 나아간 것이지만 3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구현될 수 있었다. 정치인들의 수호의지가 미흡한 탓인지 1987헌법에 담겨진 이상과 열망은 작동한계에 부딪혀 기념비적 의미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치구조를 정상화하는 헌법임이 입증돼야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헌법'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다. /배정한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다. /배정한 기자

2017의 촛불 혁명은 독재자의 마지못한 결단과 수용이 아닌 주권자의 요구와 법치에 의해 1987헌법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미의 헌법'의 시초라 할 만하다. 1987의 유전자를 이어 나간 국민들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2017에 다시 모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최단기간 내에 산업화를 일궈낸 것처럼 실질적 민주화의 출발점도 더 빨리 앞당길 수 있었다.

영화 '1987'의 엔딩 크레딧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좌석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30년 전의 정신이 올곧이 후세에 전해진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1987을 기억할 수 있다. 그들의 희생은 동시대의 혼을 모아 변화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고 우리는 살아가지만 역사의 변곡점이 오면 그들의 혼은 우리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영화 '2017'도 언제가는 만들어질 것이다. 그 영화도 영화 '1987'과 같은 찐한 감동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국회에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1987년 헌법이 이제 그 역할을 마쳤고 우리 헌법은 새로운 옷을 갈아 입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큰 그림도 정해지지 않았고, 헌법 개정과 관련하여 수 많은 견해 및 주장이 있다. 이전에도 국민의 힘으로 1987년 헌법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2018년 헌법을 만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헌법을 기대해 본다.

pjh@sw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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