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구심점 잃은 安, 劉와도 삐그덕이면 큰일...劉, 밀당으로 주도권 싸움"[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통합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미묘한 속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소속 국회의원 수가 2배 이상 많은데도 불구하고 9석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과 '밀당'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당의 통합을 진행하는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발언만 보더라도 그렇다.
유 대표는 24일 바른정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통합과 관련 "바른정당이 하고 싶은 그 정치가 약해지고 사라지는 통합이라면 저는 절대 (통합) 하지 않겠다"며 "통합신당이 출범한다고 해도 우리 정체성, 창당 정신은 반드시 지키자. 제가 꼭 그렇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은 '개혁보수'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호남의 지지를 받아 '합리적 진보'를 표방한 국민의당에선 통합 반대파로부터 '보수야합'이라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념식엔 참석하진 않았지만 "합리적 진보인 국민의당과 함께 미래를 위한 통합 개혁 정치를 하며 더 큰 세력이 될 것을 기원한다"며 축전을 보내 유 대표를 향한 애정을 과시했다.
안 대표 대신 행사장에 참석한 통합파 이언주 의원은 "시대가 달라져서 유 대표가 어찌보면 개혁보수를 말하는데 실제 우리보다 더 진보적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찌보면 안 대표가 내용을 보면 더 보수같기도 하다"고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민감한 비례대표 문제와 당권 문제 또한 유 대표와 안 대표는 의견이 엇갈렸다. 비례대표 문제는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뿐만 아니라 원내 입지를 위해선 한 석이라도 사수가 우선이다. 또, 국민의당 내 통합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도파 의원들은 안 대표의 조기 퇴진을 중재안으로 내놓고 있어, 통합 후 당권도전은 사실상 이들의 제안을 받지 말라는 조건이나 같은 의미다.
유 대표는 지난 21일 안 대표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대표 문제를 여러 차례 완곡하게 밝혔다"면서 기존에 '비례 대표를 출당 시켜줘야 한다', '합의 이혼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아울러 유 대표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가 비록 백의종군을 말씀해 부담은 되겠지만, 통합신당 창당 초기 국민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고 지방선거를 잘 치르면서 현재 양당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안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공동대표직을 제안했다.
현안에서도 온도차는 극명하다. 최근 안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는 물론 인공기 입장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역시나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하는 바른정당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DJ 계승자임을 자처해왔던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사실상 말을 바꾸게 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밀당'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안 대표의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 대표는 당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안 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통합에 대한) 합의를 구하지 못한 채 분당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다보니 옹색해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안 대표는 기존의 포지션을 옮기는 것이다. 외연확장이 아닌 그라운드를 옮기는 것"이라며 "바른정당의 포지션으로 옮기는 상황에서 당내 의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못하다 보니 (끌려 다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출범했지만, 대선 이후부터는 줄곧 호남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안 대표 입장에선 호남을 기반으로 어떤 것을 도모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데 있어 바른정당은 비록 9석의 작은 정당이지만, 지지기반을 옮기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또,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에게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다. 바른정당과의 관계마저 삐그덕하면 안 대표는 모두 다 잃게 되는 것"이라며 "유 대표 역시 안 대표 측 통합파의 이런 내부 사정을 잘 아니까 상황을 이용해 많은 요구사항을 던지는 것이다. 통합 이후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밀당"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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