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툭하면 "막말 아닌 '팩트'"라는 홍준표 대표의 왜곡(영상)
입력: 2018.01.23 05:00 / 수정: 2018.01.23 05:12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준표 대표, '팩트' 강조했지만 바로 드러난 왜곡…처음 아니다?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막말'은 막말이 아닌 팩트(fact·사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주장과 달리 '팩트' 왜곡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전에도 잦은 팩트 왜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는 한 기자가 "'바퀴벌레' 등 막말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묻자 "가장 상처받는 말은 팩트다.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는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로 본다"고 답했다. 즉, 자신의 막말들이 전부 팩트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말을 듣던 <더팩트> 기자는 홍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한으로 그칠 일이지, 그것을 분풀이식으로 저렇게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질문했다. 당시 홍 대표는 마치 조 수석이 사법고시를 봤으나 떨어진 것처럼 얘기했지만, 조 수석은 사법고시를 아예 치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팩트 왜곡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이 질문에 "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나는 사법고시를 응시했냐 안 했냐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건 팩트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자신은 붙었다고 한 적 없고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홍 대표의 답변은 마치 궤변처럼 들렸다. 이어 홍 대표의 팩트 왜곡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홍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막말 논랑네 대해 가장 상처받는 말은 팩트다.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는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로 본다고 답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막말' 논랑네 대해 "가장 상처받는 말은 팩트다.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는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로 본다"고 답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기자회견 당일 커진 '문재인 대통령 프롬프터' 팩트 논란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이쯤 하자"며 "나는 문 대통령처럼 답변 써주는 프롬프터가 없다. 문 대통령은 앉아있으면 답변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에 올라오더라. 나는 나 혼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프롬프터에 써 있는 답변을 보고 그대로 답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청와대는 곧 반박 입장을 내놨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는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 사람 당 한 가지 질문을 요청했는데 한 기자가 두 가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이 나왔다. 기자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정리해 드린 것"이라며 "홍 대표가 그걸 보고 답변을 친 걸로 알았나 보다"고 반박했다.

실제 당시 사전 질문지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다른 누군가 대통령의 답변을 그 짧은 시간에 대신 써준다는 것은 상황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이번 해프닝을 통해 홍 대표가 자신의 막말들이 '팩트'라고 답변한 부분이 바로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었다.

홍 대표의 발언으로 잦은 팩트 왜곡 논란이 여러번 일곤 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 대표의 발언으로 잦은 팩트 왜곡 논란이 여러번 일곤 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내가 경남지사하던 4년 4개월 동안 불난 게 하나도 없다"

지난해 12월 25일 홍 대표는 충북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경남지사할 때는 재래시장, 도청 등 연말연시 소방점검을 철저히 해 4년 4개월 동안 불난 게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의 소방점검 실태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었지만, 곧 거짓으로 판명됐다.

소방청 전국 화재현황통계에 따르면 홍 대표의 재임 기간이었던 2015년 5월 1일부터 2017년 4월 30일까지만 봐도 경남에서는 총 3820건 가량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경기도 9673건, 서울 5924건에 이어 3위의 수치였는데 해당 기간 화재 사고로 경남에선 30명이 숨지고 74명이 부상을 당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홍 대표의 발언은 '무리수'로 확인됐다.

막말 아닌 팩트라는 홍준표 대표. 사실일까. /남용희 기자
'막말' 아닌 '팩트'라는 홍준표 대표. 사실일까. /남용희 기자

◆"24년 정치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성희롱도 한 적 없다"

얼마 전 사이가 틀어진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계속해서 홍 대표의 '성희롱'적 행동들을 문제 삼자 홍 대표는 "나는 24년 정치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성희롱 발언을 한 일도 없고, 성희롱으로 구설에 오른 일도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홍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시절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늘이 정해 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설거지)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고 발언해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성차별은 넓은 의미에서 성희롱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또, 홍 대표는 지난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누군가를 짝사랑 하던 친구를 위해 '돼지흥분제'를 구해준 적이 있다고 해 크게 논란이 됐다. 이는 심각한 성희롱적 행동으로 인식됐다.

홍 대표의 발언들은 팩트가 아닌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새롬 기자
홍 대표의 발언들은 팩트가 아닌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새롬 기자

◆"검찰·경찰·군에서 수행비서 통신 조회…정치 사찰"

지난해 10월 홍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경찰, 군이 자신의 수행비서 통신을 조회했다며 '정치 사찰',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검·경·군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홍 대표가 말한 통신 조회는 감청이나 통신 내역 조회가 아니라 '통신 자료' 확인이라는 팩트체크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검·경·군은 각 기관의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그 수사 대상이 홍 대표의 수행비서와 연락한 내역이 있어 '통신 자료'(단순히 인적 사항 등이 적힌)를 조회했고, 그 안에 홍 대표의 수행비서가 포함돼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치 사찰이라는 홍 대표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막말'은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했지만, 거짓이나 왜곡으로 수차례 드러났다. 일각에선 홍 대표의 막말이 문재인 정부를 직격하며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하지만 홍 대표의 막말이 '팩트'가 아닌 '왜곡'으로 계속해서 드러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보다는 보수의 격을 떨어뜨려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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