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조국인지 타국인지"…홍준표 '막말' 정치, '번지수 틀렸다'
입력: 2018.01.17 05:00 / 수정: 2018.01.17 05:00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마포 케이터틀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마포=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마포 케이터틀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마포=이새롬 기자

정치평론가들 "핵심 지지층에 '시원함' 주는 막말…지지층 확대는 어려워"

[더팩트ㅣ마포구=이원석 기자] "대통령이 질질 울면 안 된다." "조국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 보고…"

16일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발언한 내용들이다. 이날 홍 대표의 발언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약 20분 넘는 발언 동안 홍 대표는 대부분 시간을 현 정권과 지난 진보 정권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선 "'남북정상회담' 정치 쇼를 이용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고 했다. 현 정권에 대해선 "국정담당을 할 능력이 없는 좌파 실험정부다. 그래서 이 정부는 오래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영화 '1987'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이 질질 울면 안 된다. 걸핏하면 질질 울어가지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건 지도자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안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한으로 그칠 일이지, 그것을 분풀이식으로 저렇게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좌, 우를 떠나서 대통령을 향해 '질질'이란 부사를 사용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조국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라고 표현한 홍 대표의 '막말'은 분명 도를 넘어 보인다. 또, 법 전공자이지만 사법시험을 치르지 않은 조 수석에 대해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면…'이라고 발언한 것은 인신공격에 가깝다.

홍준표 대표의 끝없는 막말의 정치학, 과연 통할까? /남용희 기자
홍준표 대표의 끝없는 '막말'의 정치학, 과연 통할까? /남용희 기자

그러나 사실 홍 대표의 막말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니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도 않는다. 홍 대표는 그의 정치 인생 동안 '막말'을 숱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서 콕 집어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의 막말이 분야를 넘나든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장인을 향해선 '영감탱이'라고 표현했고,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을 향해선 '계집애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러 정치평론가들은 그의 막말에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바로 보수층에게 '시원함'을 줌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의 막말이 핵심 지지층에게는 시원함을 줄 수 있다"고 했고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홍 대표가 그렇게 얘기하면 보수들은 시원해한다"고 말했다.

과연 홍 대표의 이러한 '막말' 정치는 통할 수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신 교수는 "지금이 핵심지지층에게 어필할 때인지 보다 폭 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때인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그런 막말을 통해선 지지층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막말은 단순한 막말이 아니라 감정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게 접근했을 땐 중도라든지 합리적 보수층은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당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정치평론가도 "시원해하는 것은 이른바 10%가 될까 말까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 뿐"이라며 "그렇게 강도 높은 발언을 통해선 침묵하고 있는 상당수의 중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깨우진 못한다"고 했다. 그는 또 "홍 대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수가 지켜야 될 가장 큰 덕목인 품격을 잃는 것"이라며 "오히려 말의 폭발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러 정치평론가들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대해 핵심 지지층에게 시원함을 줄 수 있다면서도 지지층 확대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배정한 기자
여러 정치평론가들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대해 "핵심 지지층에게 '시원함'을 줄 수 있다"면서도 "지지층 확대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배정한 기자

실제 최근 홍 대표의 '품격'은 한국당 내 큰 화두였다. 지난해 말 원내대표 경선 당시 '반홍(反 홍준표)' 기류가 크게 떠올랐다. 몇몇 의원들은 홍 대표의 '품격 없는 정치'를 정면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다. 더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유기준 의원도 "보수의 언어는 품격이 생명인데 (홍준표) 당 대표가 품격의 정치를 거부하면서 당의 품위가 저잣거리 난장판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런 '막말 품격 논란' 에 대해 "지금 품격을 논할 때인가, 그거 (품격) 가지고 사람을 재단하는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할 일 없는 분들이다. 그런 이야기해 전혀 신경 안 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친박계를 향해 '암 덩어리' 등 막말로 품격 논란이 일자 "암 덩어리가 맞지 그럼 어떻게 표현하나. '암 덩어리님'이라고 하면 되겠나"며 발끈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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