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위안부 할머니 靑 초청한 文대통령의 '사과'
입력: 2018.01.05 05:00 / 수정: 2018.01.05 05:00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4일 청와대로 초청해 한 말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낮 본관 충무실에서 길원옥·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분을 비롯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과 비공개로 오찬을 함께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단독으로 청와대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2월 27일 '할머니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이뤄졌다'고 발표한 이후,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을 위해 청와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살고 있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으로 의전 차량을 보내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또 김정숙 여사와 함께 문 대통령은 현관 입구에서 할머니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이했고, 개별 이동으로 늦게 도착한 할머니를 15분 간 선 채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입니다"라며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인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반기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반기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외교부 TF 발표'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 과정의 문제점을 꼬집고, 대신 사과했다.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 못된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뜻을 재천명했다.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하였습니다.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루어진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청와대 영빈관으로 향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청와대 영빈관으로 향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청와대 페이스북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지난해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오찬이 끝난 후 김정숙 여사는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드렸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것을 가장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할머니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왔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 모두 청와대에 모시려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모시게 됐다. 김복동 할머니께서 못 오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 보내주어야 한다.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라며 "그래도 이 복잡한 시기에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 내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김복동 할머니는 TF 조사결과와 이후 대통령의 발표 메시지를 듣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역시 대통령을 잘 뽑아야한다"라고 관계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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