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대표직을 걸고 전당원투표를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
安 "일부 중진들, 근거없는 호남 여론 앞세워 재신임 물어" 호남계 "당헌당규 위반"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대표 직위와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며 자신의 재신임을 걸고 '통합 밀어부치기'에 나섰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15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두 달간 실시한 수차례의 여론조사와 폭 넓은 당원 대상 조사도 통합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수치로 반영하고 있었다. 호남의 여론도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당내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한 통합 전당원투표를 제안했다.
비교적 통합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당원들과는 달리 원내 의원들에게서 극심한 반발이 나오자 안 대표는 자신의 대표직을 거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당원의 찬성이 확인되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통합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작업 후 새 당의 성공과 새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 "만일 당원의 뜻이 반대로 확인될 경우 사퇴는 물론이고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대표직을 걸고 전당원투표를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과의 전면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통합 반대에 앞장 선 호남 중진들을 겨냥, "일부 중진 의원은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여론을 앞세워 통합 반대 대표 재신임을 요구했다"며 "계속해서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호남의 민주주의 전통을 왜곡하고 김대중 정신을 호도하는 구태정치 기득권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호남 정신의 회복이라고 믿는다"고 측근으로 분류됐던 박주원 전 최고위원에 대한 'DJ 비자금 제보 의혹'과 관련한 배후설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안 대표의 전당원투표 제안에 당내는 벌집을 쑤신 듯 소란해졌다. 전당원투표제는 현장에서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당대회와는 달리 ARS나 인터넷, 현장투표 등으로 당원 의견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통합반대파에선 전당원투표제가 아닌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의 전당원투표 제안에 당내는 벌집을 쑤신 듯 소란해졌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대표) 더팩트 DB |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바른정당과 통합 여부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해 전당원투표를 하자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재신임과 통합을 물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이냐. 모든 정당의 당헌당규에 당의 합당 및 해산 결정은 전당대회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남 중진들의 거취 운운하는 것도 결국은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을 나가라는 말"이라면서 "더 이상 잃은 것 없는 안 대표 자신의 거취를 담보로 당의 진로를 협박하고 운명을 결정하라고 할 수는 없다. 통합 추진을 위한 모든 꼼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호남계 중진인 장병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재신임을 연계한 통합 전당원투표제는) 당헌에도 없는 조치고 기본적으로 의총을 무시하는 조치가 아니냐"며 "저희가 받아들일 수 없다. 저것(전당원투표)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