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면담을 갖고 한중 경제무역 부처간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기로 했다./청와대 제공 |
리커창 "文대통령 방중 계기로 중단됐던 양국 협력사업 재가동될 수 있을 것"
[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중 경제·무역 부처간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중 관계 복원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중국 측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철회 가능성을 높인 분위기다.
국빈 방중한 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서열 2위인 리 총리와 면담을 갖고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양국 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11월 13일 필리핀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총리님과 처음 만나기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두 번째 만남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한·중 관계 회복 및 발전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일주일이 지나면 중국에 동지가 온다. 동지라는 말은 겨울철이 지나간다는 뜻이고 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양측은 모두 봄날의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다"며 "중·한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한 관계'의 봄날을 언급한 리 총리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 재가동 요청을 받고 "문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 동안 중단됐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 양국의 경제·무역·에너지·보건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한 후속 사업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 간 다양한 교류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분야가 많다"며 "비록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해도 사드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경제 분야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리 총리께서 적극적으로 독려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리 총리는 "일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한 것은 아니며, 중한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 간 다양한 교류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리 총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고 언급하며 "중국은 한국의 동계올림픽 조직 경험을 배울 것이며, 올림픽 기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022년을 양국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고 제안했고,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세먼지 공동저감 △의료협력 및 서해수산자원 보호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인적 교류 및 문화교류 분야의 양국 간 협력을 제안했다.
리커창 총리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중‧한 간의 근본적 이해충돌이 없으며 양국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 간 다양한 교류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청와대 제공 |
이와 함께 문 대통렁은 한‧중‧일 정상회담의 조속 개최를 희망했고 리 총리는 "조속한 시일 내 3국 간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 면담에 앞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을 만나 한‧중 입법기관 간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향후 한‧중 관계는 정부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양한 소통교류가 필요하며 우리 국회와 전인대간 긴밀한 교류와 소통이 필요한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중‧한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가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성사시켰다"며 "대통령님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문 대통령의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과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재천명하며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이를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사드를 재론했지만, "새로운 관계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언급해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