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시낭송 #얼후…'방중' 김정숙 여사의 '문화 외교'
입력: 2017.12.15 11:18 / 수정: 2017.12.15 11:18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동안 문화 활동으로 내조에 힘썼다. 13일 중국 최대 시낭송 사이트인 웨이니두스에서 시를 읊는 김 여사./청와대 페이스북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동안 '문화 활동'으로 내조에 힘썼다. 13일 중국 최대 시낭송 사이트인 '웨이니두스'에서 시를 읊는 김 여사./청와대 페이스북

펑리위안 여사와 '깜짝 음악' 감상…한중 친교 '내조'

[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이 시를 읽으면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에 새삼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만난 분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나의 마음과 진심을 다했을 때 그들의 마음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배운다."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동안 '문화 활동'으로 내조에 나섰다. 경희대 성악과 출신인 김 여사는 평소 그림과 패션, 문학 등 문화예술에 관심을 보여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갈등 탓에 한-중 관계가 냉랭했던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전시회를 관람했고, 한달 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김 여사에게 홍매화 그림을 선물했다. 이번 방중에서도 시(時) 낭송과 전통악기인 얼후 체험, 한메이린 예술관 전시 관람, 음악 감상 등으로 양국 간 친밀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

'문화 외교'는 ①시(時) 낭송으로 출발했다. 방중 첫날인 13일(현지 시각) 중국 최대 시낭송 사이트인 '웨이니두스'(爲爾讀詩, 너를 위해 시를 읽는다는 뜻)에서 정현종 시인의 시(時)인 '방문객'을 중국어로 낭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신제커우 악기 거리의 세기아운금행을 찾아 중국 전통악기 얼후 연주를 하고 있다.  하오 샤오진(왼쪽부터) 얼후 강사,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신제커우 악기 거리의 세기아운금행을 찾아 중국 전통악기 '얼후' 연주를 하고 있다. 하오 샤오진(왼쪽부터) 얼후 강사,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시구는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 회복이란 짐을 짊어진 문 대통령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사람"이란 키워드는 문 대통령의 대표적 레토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도 이날 일본군이 난징 시민 30만명을 학살한 난징 대학살 80주년 메시지에 집중하며 "역사는 동병상련""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함께 쓰자""한중은 운명공동체" 등으로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웨이니두스'는 중국 내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 한편씩 시 낭송을 업로드해 약 7억 회의 열람을 기록한 바 있다. 시 낭송에는 펑리위안 여사를 비롯해 첼리스트 요요마, 배우 탕웨이, 덴마크 여왕 마가렛 2세, 지휘자 주빈 메타 등 많은 저명인사가 참여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같은 날 '한류스타'인 추자현·우효광 부부와 함께 ②'얼후'를 체험했다. 김 여사는 베이징의 신제커우 악기 거리의 악기점 세기아운금행에서 1시간 가량 머물며 직접 운지법을 익히고 소리내는 법을 배웠다. 얼후는 우리의 해금처럼 두 줄로 만들어진 중국 전통 현악기다. 음색이 아련하고 애절해 중국인의 많은 사랑을 받는 악기다. 김 여사는 "무엇을 하면 중국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얼후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성악을 전공했는데 얼후가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라는 평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가 14일 중국 베이징 한메이린 예술관을 방문해 한메이린 작가 부부와 재회한 장면./청와대 페이스북
김정숙 여사가 14일 중국 베이징 한메이린 예술관을 방문해 한메이린 작가 부부와 재회한 장면./청와대 페이스북

상점에선 얼후 강사가 중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모리화'를 연주했고, 김 여사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제2의 국가'로 불리는 모리화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과 시상식 배경으로 쓰였다. 김 여사는 "얼후와 해금이 연주법은 서로 다르지만, 그 모양과 음색이 매우 흡사한 것처럼 한·중의 문화예술에는 양국민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어 그만큼 서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중 둘째 날인 14일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③한메이린 예술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한메이린 작가 부부와 재회했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치바이스 전시회 때 만난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 김 여사는 중국에 방문하면 전시실에 꼭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메이린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하기도 했다.

한메이린 작가의 부인은 김 여사가 이전에 보내줬던 한국민화가 그려진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반갑게 인사했고, 김 여사는 한메이린으로부터 받았던 스카프를 가방에 메고 왔다며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다. 애틀랜틱 카운슬 세계시민상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동 수상한 인연이 있는 피아니스트 랑랑과 경극배우 리위강도 이날 같은 자리에 있었다. 김 여사는 예술관 한켠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리위강의 노래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예술관을 둘러봤다.

김정숙 여사는 14일 펑리위안 여사와 국가대극원을 함께 둘러보는 등 깜짝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같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만난 두 여사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김정숙 여사는 14일 펑리위안 여사와 국가대극원을 함께 둘러보는 등 '깜짝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같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만난 두 여사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또 이날은 문 대통령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던 시각, 김 여사는 시 주석의 부인인 ④펑리위안 여사와 '깜짝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원래는 차담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펑리위안 여사의 제안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김 여사는 펑 여사의 안내로 국가대극원을 둘러봤다. 대극원 합창단의 '기적(중국노래)''오나라(드라마 대장금 주제가)'모리화(중국민요)' 등 노래를 감상하며 음악적 공감대를 이뤘다고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전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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