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중국 경호원, 한국 기자 폭행…수차례 '징후' 있었다
입력: 2017.12.15 00:00 / 수정: 2017.12.15 08:51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3박 4일간 '국빈 방중(訪中)' 길에 올랐습니다. 이번 방중은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빼곡한 일정으로 '강행군'에 나섭니다. <더팩트>는 지난 9월 뉴욕 순방에 이어 12월 한파 속 중국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취재기로 풀어서 전합니다.

[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행사장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한국 기자들과 중국 경호원들 피까지 났어요."

충격이었다. 14일 오전(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들로부터 무차별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순방 기자단은 경악을 금치 못한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다음 일정이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상황에 따라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컸다.

해당 사건이 순방 기자단에게 공유된 시각은 정오께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했고, 이를 취재하던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소속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등은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이에 두 기자는 항의했고, 중국 경호원들은 집단 폭행을 가했다. 멱살을 잡고 뒤로 넘어뜨리는가하면 땅에 엎드린 기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짓밟았다.

진상파악에 나선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 전까지 엠바고(보도시점 제한)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과 경위 등은 곧바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1시간도 채 안돼 카카오톡에서 '불'이 났다. 국내 기자들로부터 "폭행사건이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맞느냐?"며 개인적으로, 공식적으로 확인 문의가 빗발쳤다. 개인적 친분의 기자들은 "중국이 도를 넘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 중이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 중이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사진기자단

"정상회담은 산으로 갔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을 기다리던 현지 순방 기자단도 술렁거렸다. 국내 언론은 물론 정치권과 일반인들에게까지 관련 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내 언론과 현지 순방단에선 보도 시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실시간 피해 기자의 사진과 폭행 사건 동영상 등이 일부 공유됐고, 외교부발 '일문일답' 지라시까지 돌았다.

이윽고, 오후 2시께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현지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그는 "있어선 안 될 불상사가 벌어졌고, 사건이 벌어진 뒤 외교라인 등을 통해 신속한 진상파악과 책임자에 대한 규명 등을 요구했다"며 사건 경위와 후속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브리핑 중간에도 관계자의 휴대전화 벨은 울렸다. 정상회담 직전 벌어진 폭행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현지 순방단 기자들의 질문은 속사포로 쏟아졌다. "우리 측이 중국 측의 경호 코드를 어긴 것인지, 중국 측에서 과잉 대응을 한 것인지" "중국 지휘 책임 아래 놓였다면, 청와대의 대응은 어떻게 되나" "예상됐던 문제인데 청와대 경호처에서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닌지" 등등.

청와대 측은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외교라인을 통해 엄중 항의를 하는 한편 진상규명에 착수했다./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측은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외교라인을 통해 엄중 항의를 하는 한편 진상규명에 착수했다./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사실 이번 폭행 사건의 '징후'는 전날인 13일 감지됐다. 방중 첫날 일정에서도 사진기자들과 중국 경호원들 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즉각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폭행한 것과 다름없다.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 국빈 방문한 대통령과 함께 온 한국 취재진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다만 청와대로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폭행 사태로 방중 성과의 빛이 바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일정마다 "한중은 공동운명체"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다)" "어두운 과거는 날리자" 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중국 측의 태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각에선 '홀대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빈'으로 초대해 놓고 시진핑 주석은 자리를 비웠고, '의전' 면에서도 자금성을 통째로 비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교됐다. 중국 측 중요 요인들과 식사 약속이 잡히지 않는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도 있었다. 어쩌면 '기자 폭행 사태'는 이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처럼 느껴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대한민국 모독"이란 표현을 썼다. 그렇다. 아무리 대북 해법의 키를 쥐고, 미국 다음으로 경제대국이라지만 '해도 너무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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