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문재인 대통령 방중 첫날, 중국의 '두 얼굴'
입력: 2017.12.14 04:00 / 수정: 2017.12.14 09:55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모습./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모습./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3박 4일간 '국빈 방중(訪中)' 길에 올랐습니다. 이번 방중은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빼곡한 일정으로 '강행군'에 나섭니다. <더팩트>는 지난 9월 뉴욕 순방에 이어 12월 한파 속 중국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취재기로 풀어서 전합니다.

[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13억 대륙, 중국에서 '국제 미아'가 될 뻔했다. 12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번째 순방 취재였다. 출국 전부터 주변에선 걱정을 산더미처럼 했다. 매서운 날씨부터 먹거리, 치안 등등. 문재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로 보였다. '의전결례''사드미봉인' 등 국내외 언론에선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왔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민항기팀은 일정상 하루 전날 출장용 캐리어를 쌌다. 문 대통령의 인기 덕에 전용기는 순방 때마다 '만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첫 순방 이후부터 점차 인원이 빠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인데, 이 정부에서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규 출입사들은 이번에도 전용기의 꿈을 접어야 했다.

12일 낮 12시40분, 인천국제공항 탑승 게이트. 기자들은 두꺼운 외투로 무장했다. 각자 흩어져 기내에 착석했다. 베이징 쇼우두 공항까지 이동거리는 1시간이다. 뉴욕(13시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옆자리엔 우연히 대선배(기자)가 앉았다. "중국은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조언을 들으며 기내 창문 밖을 바라봤다. 베이징 상공엔 스모그가 짙게 깔렸다. 이번 방중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베이징 상공에서 내려다본 전경과 입국 심사, 경제사절단을 마중 나온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베이징=오경희 기자
베이징 상공에서 내려다본 전경과 입국 심사, 경제사절단을 마중 나온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베이징=오경희 기자

실제 착륙 시간은 3시간여 후였다. 비자 등 출입국 심사를 위해 줄을 섰다. 사고(?)는 여기서 터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입국신고서를 '깜빡'하고 말았다. 부랴부랴 선 채로 작성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때 구원의 손길이 등장했다. 비즈니스 차 중국을 방문한 중년 사업가는 "천천히 하세요"라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덕분에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사대를 무사 통과했다.

기자단과 합류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길목엔 '대한상공회의소'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방중엔 260개 한국기업으로 꾸려진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는 사실을 잠시 떠올렸다. 문 대통령의 스케줄도 '경제 관련' 일정에 집중됐다. 공항 밖엔 '붉은색' 이동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이국적인 냄새가 날 것"이란 지인의 말이 스쳤지만, 감기 탓인지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자, 어느새 어둠이 드리웠다.

베이징 중심지의 P호텔, 이곳의 안팎에서 중국의 '두 얼굴'을 봤다.

호텔 객실 안은 '최첨단 스마트홈'을 완벽히 갖췄다. 침실과 욕실 등 곳곳에 터치 스크린을 설치한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IT 강국을 노리는 중국다웠다. 누군가는 "베이징에서 두 번째로 명성을 자랑하는 호텔"이라고 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프레스센터를 갖춘 숙소 선택은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 동선을 고려했다. 모든 순방 비용은 '김영란법'상 각 언론사 개별 부담이다.

프레스센터를 설치한 베이징 내 P호텔은 최첨단 스마트홈을 갖췄다. 그러나 온라인 검열 조치를 강화한 중국에선 구글 접속 등 인터넷망 사용이 불안정하다./베이징=오경희 기자
프레스센터를 설치한 베이징 내 P호텔은 최첨단 스마트홈을 갖췄다. 그러나 온라인 검열 조치를 강화한 중국에선 구글 접속 등 인터넷망 사용이 불안정하다./베이징=오경희 기자

그러나 모순은 인터넷망 사용에서 체감했다. 온라인 검열 조치를 강화한 중국에선 구글 접속을 할 수 없다. 여행객들의 필수앱으로 여겨지는 구글맵과 번역기앱은 무용지물이다.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 사용도 불안정하다. 늦은 밤, 기사송고를 하려는 찰나, 또 한번 진땀을 흘렸다. 인증절차 연동 이메일이 구글계정이었다. 스마트홈 시스템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앞으로도 인터넷 연결 문제로 골치가 아플 듯했다.

베이징 밤거리 풍경 역시 '이질적'이었다. 붉은색 글씨의 간판과 홍등을 내건 음식점을 지나 5분 거리의 베이징 쇼핑의 메카인 '왕푸징 거리'는 다국적 명품 브랜드와 기업들이 즐비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무색케 했다.

화려한 불빛 사이론 노숙자들의 구걸 행위가 눈에 띄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극심한 빈부 격차가 발생했다. 한 연구 결과, 부의 불평등은 청나라 말기와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베이징 쇼핑의 메카 왕푸징 거리 전경./베이징=오경희 기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베이징 쇼핑의 메카 '왕푸징 거리' 전경./베이징=오경희 기자

때문에 집권 2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방전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중산층)' 사회다. 한중 경제협력 구축에 나선 문 대통령의 경제 기조도 '선순환 구조'다. 경제 성장의 열매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새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13일 문 대통령은 새벽 서울 공항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했다. 방중 첫 일정의 핵심 메시지는 "한중은 운명 공동체"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국빈'을 초대해 놓고, 집주인인 시 주석은 자리를 비웠다. 중국 지도부는 대거 일본군이 난징 시민 30여만 명을 학살한 '난징 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 모든 행동은 사드 문제를 의식한,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란 게 한국 측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 역시 "이례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무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저녁,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국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작부터 '빈손 귀국'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감지됐다. 아무쪼록, 문 대통령이 남은 방중 기간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에 청신호를 켜기를 바란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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