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 출소일이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흉악범죄자에 대한 사형제 부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YTN 방송 화면 캡처 |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에 동의하세요?"
지난 6일 춘추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한 기자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비용' 문제를 꺼냈다. 수백만 원의 국가적 부담에도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밥상 토론'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여부에서 나아가 '(형사)법의 원칙'에 대한 주제로까지 번졌다. '복수'와 '교화', 어느 관점에서 볼 것이냐였다.
이는 '조두순 청원'때문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라이브(SNS) 방송을 통해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9월 6일~12월 5일, 61만5354명), '주취감경 폐지(11월4일~12월 4일, 21만6774명)' 2건에 대해 답변(기준선 20만 명)했다.
전자는 2008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2020년 12월 출소)을 재심해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후자는 모든 범죄에서 '주취감경'을 폐지해 또 다른 조두순이 법 감정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두 청원인과 이에 공감한 이들의 법 감정은 '응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당한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또 흉악범죄자의 사회 격리를 바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답변자로 나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해당 청원에 대해 "분노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재심은 불가능하며, 이미 성범죄에서 주취감경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국민 다수가 원한다 해도 조두순의 사회 복귀를 막을 길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9월과 11월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와 주취감경 폐지 건./청와대 홈페이지 |
바로 이 지점에서 '사형제 폐지와 부활 논란'은 고개를 든다. 우리나라 현행 법체계상 흉악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격리할 방법은 '사형'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제는 지난 20년 간 흉악범죄 발생 시 논란이 돼왔다. 가장 최근엔 지난 10월 초 자신의 딸 친구인 여중생(14)을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음란행위를 벌이다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 씨 사건으로 재점화됐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검사와 판사는 사형을 구형하고 선고할 수 있으며, 사형수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국가)'으로 분류한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은 간단치 않다. 국가(공권력)가 '불가침의 영역인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가 타당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죄에 대한 대가로서 정의에 부합한다'는 인식 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며 오랫동안 존폐 논쟁거리였다. 국회에서도 지난 1999년 이후 '사형제 폐지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고, 대다수 국회의원이 찬성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사형제 폐지에 힘을 실었다. 이명박 정권 이후 5년 9개월 만에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받고,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과 같은 사안의 경우 국제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사형제는 국제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다. 올해 기준 전 세계 200개국 가운데 104개국이 사형제를 완전 폐지했다.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 국가는 37개국이다.
성폭행범 조두순이 오는 2020년 출소한다. 죗값에 견줘 너무 짧은 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을 두고 최근 재처벌 여론이 커지고 있다./YTN·SBS 뉴스 화면 갈무리 |
그러나 여전히 사형제 폐지 논란은 풀기 어려운 난제다. 형벌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법감정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3.2%,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5.2%로 압도적이었다. 형벌을 '교화 수단'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잘못에 대한 대가'로 보는 일반적 법감정이 작용한 것이다.
같은 해(2015년) 종영한 한 드라마(처용2)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돈과 권력에 의해 풀려난 흉악범죄인들의 피해자(일반 국민)들은 집단(조직)을 구성해 직접 '공개처형(사형)'한다. 이들은 법과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 반문하는 동시에 법의 불완전성을 꼬집으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아테나의 시민 500명의 배심원으로부터 유죄와 사형 판결을 받고 생을 마감한 소크라테스의 변처럼 '악법도 법인가'라고 말이다. 이는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내던져진 '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