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승인을 대가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출 담당자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6일 대출 승인을 대가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출 담당자에 대한 선고,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남성이 자신에게 적용된 '운행 중 운전자 폭행치상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결정, 군대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행정병에 대한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뇌물에 성접대 받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출 담당 직원 실형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기업자금 대출 승인을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뇌물과 유흥 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 진모(50) 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1280만 원, 추징금 1280만 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진 씨는 공단에서 정부정책자금의 대출심사를 담당하면서 기업육성자금 대출을 도와달라는 모업체 대표 강모(38) 씨의 부탁을 들어주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263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유흥주점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현금 1200만 원과 성매매를 포함한 유흥주점 접대비 80만 원 등 1280만 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나머지 부분은 강 씨의 진술만으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 씨가 대출심사 담당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현금과 향응을 받아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같은 범행으로 공무원 직무수행의 청렴성 및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신호대기 중인 버스 안에서 운전자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남성이 자신에게 적용된 '운행 중 운전자 폭행치상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패소했다. /더팩트DB |
○…헌재 "운전자 폭행 때 가중 처벌 조항 합헌"
헌법재판소는 6일 신호대기 중인 버스 안에서 운전자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운전자 폭행 치상죄)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박모 씨가 "버스가 정차 중인데도 운행 중인 것으로 보고 동일하게 처벌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10 제1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상해를 입힌 경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단순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상해를 입힌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
박 씨는 2014년 5월 신호대기 중이던 광역버스 안에서 하차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운전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뒤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2008년 12월 '운행 중'에는 '여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판결한 판례를 적용해 유죄를 확정했다.
이에 박 씨는 "정차 중인 경우까지 운행 중에 해당한다는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 특가법 조항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운행 중'에 일시 주·정차한 경우가 포함된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의미가 확대될 염려가 없어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군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외출 승인이나 진급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달리기 측정 기록을 조작한 20대 남성이 전역후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pixabay |
○…공문서 위조하고 외출 허가받은 행정병 집행유예
울산지법 형사5단독 안재훈 판사는 군 복무 시절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진급이나 외출 승인을 위해 공문서를 위조해 외출한 혐의(공문서 위조·무단이탈 등)로 기소된 A(22)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의 한 육군 부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부대원들의 자격인증 평가결과를 행정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진급 심사를 위한 3㎞ 달리기에서 불합격하자 자격인증표를 위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출허가까지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자백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진술했으나, 가장 엄정해야 할 군대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근거로 외출을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