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소수 여당' 절감한 민주, 향후 원내 전략 구상은
입력: 2017.12.06 10:57 / 수정: 2017.12.06 10:57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부터)가 지난 4일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동을 마친 뒤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부터)가 지난 4일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동을 마친 뒤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칼날'을 나름대로 잘 방어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맛이 쓰다. 집권여당임에도 불구, 121석 '소수여당'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예산안 협상을 이끌어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예산안 잠정 합의문 도출에 대해 "간난신고(艱難辛苦·몹시 고되고 어렵고 맵고 쓰다)"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을 중심에 놓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공히 한 발짝씩 양보한 끝에, 첫 협치 예산을 국민들께 안겨드리게 됐다"며 "상생과 공존의 길을 함께 찾은 양당 원내대표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협상의 공로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 돌렸다.

또 "비록 논의과정에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주신 다른 야당에게도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바른정당 등 비교섭단체에게도 낮은 자세를 취했다.

우 원내대표의 이런 저자세는 국회 운영에서의 수싸움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처리는 과반수 이상을, 법안통과는 180석 이상이 필요해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다른 당과의 연대가 아니라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부터)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동을 마친 뒤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부터)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동을 마친 뒤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이번 예산정국에서 연대의 대상으로 국민의당을 적극 러브콜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동안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홀대론'을 주장해온 국민의당에 호남 KTX 2단계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안을 확정해준 것이다. 무안공항 경유 방안에 합의하면서 양당은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냈다. 이 과정에서 우 원내대표는 몸을 사리지 않고 김 원내대표를 아침 저녁으로 만나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우 원내대표의 전화 10여통 가량을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국회에서는 차량에 탄 김 원내대표를 우 원내대표가 뛰어가며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잠정 협상안이 도출된 지난 4일 아침부터 두 원내대표는 조찬회동을 하면서 '소득세법-법인세법 맞바꾸기',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 국민의당의 줄곧 주장해온 법안·정책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는 예산안의 경우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석 수를 합치면 171명으로 절반을 훨씬 넘는 탓이다.

지난 9월 1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첫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가운데,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지난 9월 1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첫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가운데, 한국당 정우택·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향후 국회 운영이 난감하기만 하다. 여야간 쟁점이 되는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선 180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외에도 진보성향 정당인 정의당, 민중당, 무소속을 모두 합해도 168석에 불과하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조항만 91개에 달한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 이후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재벌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 등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일단 민주당은 향후에도 국민의당에 입법공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5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우리당은 공수처법과 상법개정안 처리에 도움을 청하는 대신 국민의당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개헌이나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에 협력하기로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얘기를 했다"며 "이번 호남 KTX 처리 때처럼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야당 시절 반대했던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개정안 처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홍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번처럼 예산안 예결위에서 합의가 안되면 각 정당간의 정치적인 합의가 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정치적으로 나눠먹기 밖에 더 되느냐"며 "국회 선진화법을 고쳐서 이런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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