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北 도발'하면 文대통령은 '한밤, 전화 외교'
입력: 2017.12.02 04:00 / 수정: 2017.12.02 04: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밤 10시부터 11시까지 6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한밤,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수화기 너머 양 정상의 대화는 무려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취임 이후 7번째 통화였고, 가장 긴 시간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 당일인 29일에 이은 재통화이기도 했다. 안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지난 9월 이후 75일 간 침묵하던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하자,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당일 통화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8시50분까지 '20분' 동안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직후 5시간 13분 만으로, 가장 단시간에 성사된 통화다. 양 정상은 필요한 협의를 다시 갖자고 했고, 그 사이 안보당국은 북한 미사일 기술적 확인과 추가정보 등을 파악했다.

즉, 재통화는 전날 통화의 뒷받침 성격인 셈이다.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각자 평가한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두 번째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도 봐도 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도발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전화 외교'를 해왔다. 타국 정상 간 통화 횟수는 곧 '대외(對外) 관계 지표'처럼 비쳐졌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프랑스·영국 등 제3국 정상들과도 통화를 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달 7일 국빈 방한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달 7일 국빈 방한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특히 북한에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횟수는 '긴밀한 공조'의 척도로 여겨진다.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자주 통화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약 6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총 일곱 차례 전화통화를 가졌다. 첫 번째 통화를 제외하고 모두 북한의 도발 직후, 그리고 '밤' 시간 때 이뤄졌다. 이는 북한이 주로 새벽 기습 도발을 감행하고, 한국과 미국의 13~14시간 시차 등에 기인한다.

일지별로 보면, ▲5월 10일(오후10:30~11:00) 문 대통령의 취임 축하 통화를 시작으로 ▲8월 7일(오전 7:58~8:54)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7월 29일 발사) 대응 통화 ▲9월 1일(오후 11:10~11:50)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8월 29일 발사) 대응 통화 ▲9월 4일(오후 10:45~11:25)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 현안 대응 통화 ▲9월 17일(오전 11:00~11:25)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대응 통화▲11월 29일(오전 8:30~8:50) 북한의 ICBM급 발사 대응 통화 ▲11월30일(오후 10:00~11:00) 북한의 ICBM급 발사 후속 대응 통화 등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전화 외교'는 '빈손'에 그치지 않았다. 양 정상은 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한국이 원하는만큼 개정할 수 있다'는 합의(9월 1일)를 도출했고,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아예 해제하기로 합의(9월 4일)한 데 이어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관련한 긴밀한 협력(9월 15일)을 약속했다.

그러나, 총 '1시간 20분'에 걸친 이번 통화(11월 29~30일)에선 '추가 합의'와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평가와 분석은 군 당국이 면밀히 진행하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정상간의 대화는 방향을 잡는 것일 뿐 세부적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건배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달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건배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앞서 일각에선 장시간 통화였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대북 제재 강화방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쟁점은 북한의 핵탄두를 운반할 ICBM(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미·일 정상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사거리를 가지는' ICBM'이라는 데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는 'ICBM급'이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핵 무력 완성(ICBM 발사 성공)'을 선언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선제타격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군사적 해결 단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다. 북한과 접경하고, 유대가 깊은 '중국의 역할론'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어떤 해법을 이끌어내느냐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음 달 예정된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에 있어 더 많은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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