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십년지기 '생매장 살인'…프로파일러 "살해 의도 명백하다"
입력: 2017.12.01 00:00 / 수정: 2017.12.01 00:00
29일 오전 강원 철원군의 한 농지에서 친모의 십년지기 여성을 생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로 붙잡힌 박모(25)씨가 생매장 지점을 가리키는 모습. 박 씨는 지난 7월14일 아버지(62)와 함께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고 잠든 A(49·여)씨를 생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 제공
29일 오전 강원 철원군의 한 농지에서 친모의 십년지기 여성을 생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로 붙잡힌 박모(25)씨가 생매장 지점을 가리키는 모습. 박 씨는 지난 7월14일 아버지(62)와 함께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고 잠든 A(49·여)씨를 생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 제공

[더팩트 | 김소희 기자] 40대 여성이 십년지기 지인 가족에게 생매장 당해 살해됐다가 4개월여 만에 발견됐다. 살인을 저지른 모자는 이 여성에게 수면제가 든 커피를 먹인 후 텃밭에 살아있는 상태로 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매장'이라는 엽기적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의 심리에 대해 프로파일러는 "살해 의도가 명백한 것"이라고 봤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25분께 이모(55·여) 씨는 아들 박모(25) 씨와 함께 강원 철원군 남편 박모(62) 씨의 집에서 900여m 떨어진 텃밭에 A(49)씨를 생매장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의 가족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찰은 이 씨와 아들 박 씨로부터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 당일 2시간 전에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에서 A씨를 렌터카에 태운 후 이 씨가 사전에 무릎 통증으로 처방받아 모은 수면제가 섞인 믹스 커피를 마시게 했다. 이후 잠든 A씨를 강원도 철원으로 옮겨 남편 박 씨 소유 텃밭에 산 채로 묻었다. A씨의 시체는 지난 29일 오전 발견됐다.

A씨를 아들과 함께 땅에 묻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남편 박 씨는 지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던 28일 오후 2시30분께 강원 철원군 자택 창고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아들 박 씨가 경찰 조사에서 "땅에 A씨를 묻을 때 숨을 쉬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이들이 애초부터 범행 수법으로 '생매장'을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 씨 모자가 '생매장'이라는 엽기적인 수법으로 A씨를 살해한 데 어떠한 심리가 작용했을까.

프로파일러는 생매장 살인이란 범행수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 명확한 살인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pixabay
프로파일러는 '생매장 살인'이란 범행수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 "명확한 살인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pixabay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생매장'을 범행수법으로 선택해 살인을 저지르는 심리에 대해 <더팩트>에 "명확한 살인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매장이란 행동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프로파일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생매장을 범행 수법으로 이용하는 게 계획됐는지 여부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비슷한 사건들을 토대로 분석해 보자면, 생매장 자체가 목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경찰에 살해 동기에 대해 "지난 6월 A씨의 부탁을 들어주다 절도범으로 몰려 처벌받게 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A씨가 절도범으로 몰았다는 범행 동기 외에도 A씨의 부적절한 남자 문제를 주장했으나,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 생매장 살인에는 '범행 은폐'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권 프로파일러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때 보복과 처벌, 응징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상태로 매장해 살인하는 것 자체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생매장은 일반적으로 매장해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와 같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아들 박 씨가 '숨을 쉬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이들이 A씨가 이미 사망한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경찰에 "시신 부패로 A씨의 사인을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이에 국과수는 정밀 감정을 통해 A씨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땅에 묻힌 것이 사실인지, 체내에 수면제 성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밀 감정은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이 씨와 아들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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