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박근혜, '궐석재판'으로 잃는 것과 얻는 것은?
입력: 2017.11.29 00:00 / 수정: 2017.11.29 00: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에 이어 28일도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더팩트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에 이어 28일도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더팩트DB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계속되는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에 법원이 피고인 없이 재판이 이뤄지는 '궐석재판'을 강행키로 결정했다. 피고인이 공석인 상태에서 진행되는 '궐석재판'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항변할 기회가 적어 피고인에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지만, 국선변호인 접견까지 일체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은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8일 열린 재판에서 형사소송법 277조 2항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구치소의 인치가 곤란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궐석재판은 피고인 입장에서 항변할 기회가 일반재판에 비해 적어지거나 아예 없어진다. 법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 여지가 있어 재판부는 궐석재판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고인에게 재판 출석을 요구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도 재판부는 수차례 박 전 대통령에게 출석 기회를 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42일 만에 재개된 27일 재판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28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를 통해 팩스로 또 한 번 불출석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사선 변호인단 총사퇴에 이어 국선변호인들의 접견도 일체 거부하는 등 사실상 재판 관련 모든 진행 사항을 '보이콧'하고 있다. 남은 재판도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향후에도 궐석재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도 이날 '궐석재판'이 강행된 것은 추후 박 전 대통령 결심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돈필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이날 <더팩트>에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라고 적시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아 실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형사소송에 출석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작용될 요소가 많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와 관련된 행동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와 관련된 행동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피고인이 형사재판에 불출석하면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될 소지가 많다"며 "검찰이 심리 속도를 위해 아직 수십 명이 남아있는 증인 중 상당수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어 박 전 대통령에게 '궐석재판'이 유리하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궐석재판'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를 정치적 탄압의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세 결집'을 하려는 전략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와 관련된 행동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행동에는 두세 가지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 큰 목표는 재판의 부당성을 전달해 지지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전 대통령의 기획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따라주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홍 소장은 "재판이라는 건 본래 죄인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속죄하는 모습으로 오는 게 좋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고 정치전을 펼치면서 자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기획 의도는 세 결집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선고에 충실하지 않는 모습만 부각돼서 여론전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가 내릴 형량만 높아져 형을 가중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을 더 넓은 의미로 분석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은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이 아닌, 훗날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스스로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나중에 역사적으로 할 말이 없게 될 수 있다. 고로 이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행동들"이라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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