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예산안, 多채널 열었지만 여전히 공전…법정시한 넘길까
입력: 2017.11.29 04:00 / 수정: 2017.11.29 04:00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여전히 예산혈투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DB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여전히 '예산혈투'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 28일 현재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야는 여전히 '예산혈투'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2+2+2 협상'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당 간사 소소위 협상 등 다방면 채널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증원 및 일자리안정예산에서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文정부 핵심 국정과제 두고 與野 평행선

여야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들은 28일에도 '2+2+2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에 따르면 주요의제 가운데 17만4000명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일자리 자금 지원방안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인 만큼,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이번 만큼은 원안 처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야당 측은 미래세대에 부담임을 거듭 주장하면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야당은 두 사안에 대해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없다며 예산안 부결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여전히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예산만 콕 집어 반대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을 중점 과제로 한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중요하다"며 거듭 원안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대부분 야당에서는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 문제(일자리 안정자금)는 정말 어렵고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맞섰고,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역시 "현장 공무원을 증원한다지만 상당수는 내근직으로 공공구조 개혁과 인력 재배치를 서둘러야 하며 그것이 없는 공무원 증원은 중단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방안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측은 안정자금을 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통해 예산절감에 나셔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교적 공감대를 보이고 있는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문제도 지원대상과 시기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아동수당의 경우 소득과 무관하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을 놓고 선별적 지급(야당)과 일괄적 방식을 두고 맞서고 있다. 또 기초연금의 경우 장애인연금의 기준 연금액을 내년 4월부터 25만 원으로 올리는 문제를 두고 시기상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평행선으로 야당 측은 법정시한을 지킬수 없다면서 협상 결렬로 정부안이 본회의에 올라갈 경우 여소야대 지형을 이용해 부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생각에는 내달 2일날 통과되기는 어렵고 9일도 좀 봐야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0월 23일 국회의장실에서 국회의장-4당 원내대표 정례 회동을 가졌다. /이새롬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0월 23일 국회의장실에서 국회의장-4당 원내대표 정례 회동을 가졌다. /이새롬 기자

◆丁의장 법인세 인상 등 '예산부수법안' 지정…野 강력반발

예결위 3당 간사들이 모여 논의하는 예결 소소위에서도 세입과 관련한 법인·소득세 문제 등에서 난기류를 겪고 있다. 27일 한 차례 파행을 겪은 예결위는 이날 예산 삭감 심사에서 보류한 172건의 사업 가운데 70여건에 대한 감액 심사를 마무리 하고 증액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자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 의장은 이날 '초고소득자' 소득세·법인세 인상 개정안 등 25건의 법률안을 '2018년도 세입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해당 상임위원회에 통보했으며,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법안을 최종적으로 추릴 예정이다.

이에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정 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대해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토론 한 번 없이 예산안에 빌붙어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법인세 25% 인상안은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 소득세 인상 역시 작년에 소득세를 인상한지 1년 만에 또 다시 올리는 것은 징벌적 부자과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수정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과 관련 "구간이 세분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고 세율을 현재보다는 약간 올려야 하긴 하지만 너무 올리는 것도 우리는 반대한다. 수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득세법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일부 구간을 신설하고 올리는 것은 그 정도는 양해할 수 있다"면서 "국민개세주의 입장에서 감면 제도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신임 한병도 정무수석 국회 찾을까…'빅딜' 가능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직까진 예산안 처리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소야대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의 빅딜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29일 예산관련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의 회동이 남아있다. 아직 협상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에선 이날 임명된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예방하면서 청와대의 입장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선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이 줄곧 주장했던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가운데 일부분을 더 반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에서 지적하고 있는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과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예산 반영을 일부분 보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호남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민주당에서 그런 카드가 나올 경우 예산안 처리가 막판 타결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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