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신임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북촌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헌법재판소=변동진 기자]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열린 헌법재판소'돼야."
이진성(61·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오전 10시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과거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열린 헌법재판소'를 목표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서 운을 뗐다.
이 소장은 이어 "선입견을 없애고 닫힌 마음을 열어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색으로 채우는 재판관, 신선한 사고로 선례와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고 검토하는 연구관, 업무상 마주치는 불합리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직원들이 모이면 속 깊은 사고와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인간을,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는 '열린 헌재'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때 비로소 판단이라는 숙명을 지닌 우리의 이성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혹시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도 자신의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쳐 현실에 안주하거나, 독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소장은 선례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독선적이거나 잘못된 결론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진성 신임 헌재소장은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헌재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무 기자 |
이 소장은 무엇보다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헌재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한 영역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년은 헌재가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제 실질적 의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선언해야 할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그 동안 수립한 체계와 경험, 동료, 합리적인 이성,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것을 슬기롭게 돌려드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단 하루를 근무하더라도 6년을 근무하는 것처럼 책무를 다하겠다"며 "소장 공백 기간 동안 상처받은 우리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소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김종삼 시인의 '장편 2'라는 시를 인용했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곧 이어 그는 "헌법재판소의 주인은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에게는 이 기관을 맡겨주신 국민을 이롭게 할 의무가 있다. 그 분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눈물을 닦아드릴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진성(오른쪽) 신임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 재판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북촌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임영무 기자 |
아울러 "'궁즉통'이라는 말이 있다. 저는 이 말을 '진즉통'이라 바꾸어 쓰고 있다"며 "우리가 진실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국민들께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물방울 하나가 강을 만들지는 못해도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이고 모여 큰 강을 만들어낸다"며 "헌법재판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성실이 모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의가 이루어지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 헌법이 말하는 '성실의무'란 바로 이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