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세월호 7시간' 열쇠는 해경?…檢, 해경청장 소환 내막은
입력: 2017.11.24 04:00 / 수정: 2017.11.24 06:59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보고시간이 조작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석균 전 해경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임영무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보고시간이 조작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석균 전 해경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서울중앙지검=김소희 기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보고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석균(52)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조 지시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김 전 청장을 소환한 것을 두고 그가 '세월호 7시간'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지난 21일 김 전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전화 지시를 받았는지, 해경 일지 등 사후 조작에 관여했는지 조사했다.

◆ "세월호 첫 보고 오전 10시" vs "9시 30분 작성된 문건 발견"

박 전 대통령 측은 줄곧 당일 오전 10시 세월호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10시 15분 첫 지시를 내렸고, 10시 30분 김 전 청장과 통화해 "해경 특공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참사 6개월 뒤인 2014년 10월 23일 작성된 문건에도 당시 청와대 최초 상황 보고시점이 오전 10시로 적혀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올해 초 탄핵심판 당시 자신의 무죄 입증을 위해 헌법재판소에 오전 10시로 적힌 문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 청와대는 참사 당일 청와대가 작성한 최초 문건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호)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 中 (1보)'을 찾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오전 10시가 아닌 오전 9시 30분에 작성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책임 회피 등을 위해 보고시간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김 전 청장의 주장은 박 전 대통령과 일치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청장을 맡았던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나와 세월호 참사 당일 첫 지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참사 당일 오전 10시 30분에 박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주중대사는 출국금지 조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주중대사는 출국금지 조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나아가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서면보고한 시간을 사고 당일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주중 대사도 첫 보고 시각을 오전 9시 30분이라고 적은 최초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사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28분 해양경찰청에서 보고를 받고 30분가량 보고서를 작성해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이 세월호 참사를 청와대에 최초 보고한 시간이 당일 오전 9시 30분임을 입증하는 문건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김 전 청장과 김 전 주중 대사의 증언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최초 상황보고서를 2016년 4월 16일 오전 9시 30분에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NSC)와 사회안전비서관실에 전파했다. 해경 상황보고서는 청와대를 비롯해 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실, 해수부 종합상황실, 안전행정부 중앙안전상황실, 합참지휘통제실, BH(청와대) 경호상황센터 등 31곳으로 보내졌다.

◆ 靑, 해경보다 먼저 세월호 침몰 파악?…'10시 보고'는 '골든타임' 책임 회피용?

청와대가 해경보다 세월호 침몰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 받은 '세월호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 첫 상황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시각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오전 8시35분께 세월호 침수와 구조작업 중이라는 보고를 했다.

청와대는 오전 9시 20분 해경 상황실로 세월호 조난 신고 여부를 파악하기도 했다. 해경이 제출한 '청와대-해경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해경에 "진도에서 그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나"라고 묻는다. 이어 9시 22분에 "세월호에 승선원 500명이 탔냐"며 인원수까지 확인했다. 해경 최초보고가 이뤄진 9시 30분 이전에 청와대는 이미 세월호 침몰 사실과 대략적인 승선원 숫자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된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세월호 침몰사실을 9시19분 방송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를 청와대에 최초 보고한 시간이 당일 오전 10시가 아닌 이 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30분임을 입증하는 문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박남춘 의원실
세월호 참사를 청와대에 최초 보고한 시간이 당일 오전 10시가 아닌 이 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30분임을 입증하는 문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박남춘 의원실

보고 시간이 9시 30분인지, 10시인지 여부는 세월호 규명에 중요한 쟁점다. 9시 30분이라는 골든타임에 박 전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 구조 실패에 대해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첫 지시 시간은 10시 15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게시글에는 대통령이 10시에 처음 보고를 받고 15분 만에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첫 보고 시간이 10시가 아닌 9시 30분으로 밝혀지면,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커진다. 정부가 사고 발생 후 45분이나 지난 후에야 첫 지시를 내린 게 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9시 30분에 세월호는 상당히 기운 상태이긴 했지만, 구조 희망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탄핵심판 당시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9시 30분까지 '골든 타임'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9시 21분에서 23분 정도가 (세월호 기울기가) 45~50도 사이다. 그러니까 과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9시 30분까지 사실 골든타임이었다"고 했다.

다만 9시 30분에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박 전 대통령이 이 시간에 실제로 보고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9시께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고 ,10시께 보고 서류가 와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답변서에서도 당시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고 했다. 이 집무실은 침실과 개인 식당,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일명 '거울방'이 붙어 있는 사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세월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TV도 없다.

검찰이 김석균 전 청장의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세월호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각종 의혹과 궁금증을 자아냈던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검찰이 김석균 전 청장의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세월호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각종 의혹과 궁금증을 자아냈던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 모든 중심에 '해경'…검찰 "증언 토대로 朴 대통령 행적 재구성할 것"

여러 주장들이 해경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상황이다. 이에 김 전 청장의 입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와 보고 시점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김 전 청장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당시 통화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오전 10시 30분엔 이미 세월호의 밑바닥이 보인 장면이 생중계 됐으며, 김 전 청장은 해당 시간에 헬기 탑승 중이었기 때문에 통화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혹을 토대로 김 전 청장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이번 검찰 조사에서도 "오전 10시 30분에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 성격 등에 따라 보안을 유지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자료와 관계된 여러 사람을 통해 사실을 재구성해야 하는 만큼 수사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 이어 당일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김장수 전 주중 대사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청장 윗선에 있는 관련자들을 불러 박 전 대통령의 시간대별 행적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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