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신상털기 대신 가치관 검증 등에 집중됐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22일 이진성(61·10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신상 의혹 공방이나 신경전 대신 가치관 검증과 헌재소장으로서의 생각을 묻는 질의 위주로 진행됐다. 이 후보자 역시 민감한 현안과 과거 판결내용에 대해 자신의 소신발언을 이어가면서 오는 24일 예정된 인준 표결도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검증요소에 막힘 없이 "소신"
이 후보자는 앞서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별다른 잡음 없이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후보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임명돼 보수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온건·합리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헌법재판관으로서 소수의견을 내는 등 '소신'을 강조해왔다.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는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연내로 선고가 예상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에 대해서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을 두고 국가안보가 중요하니까 대체복무제 도입은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면서도 "아르메니아에서는 다른 나라와 전쟁하는 중에도 대체복무를 허용한 사례가 있다"고 병역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병역법 5조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했고, 88조 1항은 통지서를 받고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했다. 두 조항을 따로따로 볼 것인지 결합해서 볼 것인지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 보충의견에 대해서도 적극 설명하면서 헌법에 안전권을 명시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보충의견 적시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일은) 워낙 특별한 날이어서, 모든 국민이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할 정도"라며 "(당일 행적에 대해) 납득할 만한 소명이 되지 않아 성실의무위반을 지적하게 됐다"면서 최근 참사 최초 보고시간이 오전 9시30분으로 새롭게 드러난 것에 대해선 "(탄핵) 결정문에 '적어도 오전 10시'라고 적었는데, 그런 자료가 사실이라면 인지시간은 더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
◆'낙태죄'·' 헌재소장 임기' 현안에도 막힘없이 대답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서명이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낙태죄 폐지에 대해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꼭 충돌되는 가치이진 않다며 일정기간에 한해 낙태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임신한 여성은 태아의 태동을 느끼는 순간부터 모성애가 발현되기 시작하고 태아와 자신과의 인체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임신여성에게 있다"며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충돌하는 가치로만 볼 것이 아니고 조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처럼 일정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장 추천인 이 후보자를 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행정·입법·사법부의 '3·3·3' 인사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에 대해 "헌법에 보면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헌재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한다고 돼 있다"며 "거기에 적시된 재판관은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 아닌 국회 지명, 대법원장 지명 재판관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저 같은 사람(대법원장 지명 몫)을 대통령이 지명한다고 할 지라도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재판관 중에서 임명되는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헌재법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내년 9월 19일 퇴임하는 이 후보자는 자신의 소장 임기를 재판관 퇴임시점으로 못박았고,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퇴임한 후 헌재소장을 한 번 더 지명할 수 있게 된다.
이 후보자는 "최고의 헌법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소장 임기가 법 해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논란이 되는 헌재소장 후보자는 저를 마지막으로 더는 없기를 입법자인 여러분께 강력히 희망한다"고 국회의 입법 처리를 당부했다.
◆특별한 흠결 없어 인준 표결서도 통과 예상
당초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인준 비협조가 전망됐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인준 표결도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소장 임명안은 재적 국회의원(299명) 과반수 출석으로 표결이 이뤄지며,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지난 1월 31일 박한철(64·13기) 전 소장이 퇴임한 후 장기간 이어진 헌재소장 공백 사태도 8개월여 만에 해소된다.
청문특위 여당의원은 이날 청문회 도중 <더팩트>와 만나 "한국당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에 어깃장을 부릴 수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다"며 "그러나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오랫동안 지속됐고, 청문회 과정에서도 별 잡음이 없었던 만큼 표결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