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檢, 혐의 부인 전병헌 구속 자신?…이유는
입력: 2017.11.21 04:00 / 수정: 2017.11.21 04:00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울중앙지검=김소희 기자]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전 전 수석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검찰은 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이라고 명시하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 전 수석은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전 전 수석은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 검찰에서 저에 대한 의문과 오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혐의는 "의원 시절 전직 비서들의 일탈"이라고 했다.

전 전 수석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국회의원이던 2015년 7월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3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는다. 당시 의원실 비서관이던 윤모 씨 등과 공모해 후원금 일부인 1억1000만 원을 허위 용역계약 등을 맺는 수법으로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게임 관련 업계가 아닌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출연한 것은 전 전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미방위 소속이던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의 하자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전 전 수석이 방송 재승인을 문제 삼지 않기로 롯데홈쇼핑 측과 사전에 합의했는지 여부 등이 핵심 조사 대상이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임직원 비리와 납품업체 불공정으로 탈락이 유력했지만, 사업 재승인 심사에 통과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또 전 전 수석의 가족이 롯데홈쇼핑의 로비용 기프트카드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아울러 롯데홈쇼핑 외의 일부 홈쇼핑 업체나 이동통신사들도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한 정황도 파악됐다. 검찰이 이같은 향응에 대해선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수석은 해당 혐의를 받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관련 혐의에 대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 정무수석직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전병헌 전 수석은 지난 16일 검찰이 공개적으로 소환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 사의를 밝혔다. /문병희 기자
전병헌 전 수석은 지난 16일 검찰이 공개적으로 소환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 사의를 밝혔다. /문병희 기자

전 전 수석의 강한 의혹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검찰은 '피의자'로 소환조사를 강행했다. 검찰은 전 전 수석과의 치열한 공방을 각오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당초 검찰은 윤 씨와 조 씨의 혐의의 최종 종착지에 전 전 수석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이에따라 전 전 수석의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된 상황이다. 앞서 전 전 수석의 비서관 윤 씨는 롯데홈쇼핑 측에 재승인 과정에서의 하자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e스포츠협회에 대해 협찬비 등을 내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협회 사무국장이던 조모 씨는 윤 씨 등에게 1억1000만 원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내주고,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와 인턴 등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법조계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로서 처음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 없이 현 정부 정무수석을 부패 혐의로 검찰에 소환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돈필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더팩트>에 "오늘 어떻게 수사를 받았는지가 관건이지만, 전병헌 전 수석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구속된 관계자들로부터 전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 등 혐의 입증에 대한 증거와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언론보도된 상태이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청와대가 측근이라고 감싸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이어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없어 불구속 수사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검찰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소환한 점, 전 전 수석이 사표를 제출한 점, 현재 적폐청산의 명목으로 정치권에 대한 수사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른 사안과 형평성 등에 비추어 봤을 때 이날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할 경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 역시 "우선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구속영장은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전 전 수석과의 독대로 3억 원의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e스포츠협회를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여러 의혹도 강도 높게 조사한 뒤 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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