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수만 늘리면 뭐하나"…국회 보좌진 처우개선은 '난망'
입력: 2017.11.21 04:00 / 수정: 2017.11.21 04:00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7일 8급 비서직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팩트 DB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7일 8급 비서직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팩트 DB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7일 8급 비서직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에 대한 불신 탓에 보좌직급 신설이 오히려 "무능력하고 갑질만 하는 보좌직원을 왜 늘리냐"는 식의 비난을 받은 것이다.

◆"법을 만드는 곳이지만 법을 지키진 않는 곳"

국회 인턴직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의원실 당 2명을 둘 수 있는 인턴비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의정활동을 보좌한다. 이후엔 급수를 받는 등의 진로를 찾지만 대부분 재계약 등을 통한 인턴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열정페이' 논란 등으로 인턴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본래의 취지대로' 인턴 기한을 생애 11개월을 초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턴제 운영지침 제5조' 신설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국회인턴들의 계약은 2018년 1년 1일자로 만료된다. 이번 개정안은 불가피하게 대량해고되는 인턴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여야의 설명이다. 현재 2명의 국회인턴을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정규직인 8급 비서를 신설한다는 중재안이 채택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해직 위기에 처한 인턴들을 신설되는 8급 비서로 승진시킬 지는 미지수라는 게 국회 보좌진들의 중론이다. 국회 보좌진들의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스북 글에선 "8급직 신설로 들떴지만 단번에 지역 간사에게 간단다. 인턴도 울그락 행정 여비서도 불그락. 이거야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처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국회 상임위 입법 등 의정활동을 도와왔던 인턴들의 정규직 전환보다는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 간사들이 8급 자리를 채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채용 기준과 11개월이라는 근무기간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턴 선발에 대한 뚜렷한 기준없어 누군가의 '빽'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원들의 자녀들이 대외활동으로 국회 인턴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근로기준법 상 퇴직금 지급 기한인 12개월을 1개월 줄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의원실의 한 보좌직원은 20일 <더팩트>에 "최저시급 받고 밤이고 낮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죽어라 일만 하고 언제 짤릴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인데 퇴직금도 받지 못하지 않느냐"며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는 정작 법을 지키지 않고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더팩트DB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더팩트DB

◆보좌진 '처우개선' 문제도 도마 위에

싸잡아 비난을 받은 국회 보좌진들도 할 말은 있다. '방대한 인력 운용'이라는 언론과 여론의 지적에 대해 고개를 내저으며 "실상을 모르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의원실 당 보좌진 인력은 인턴비서를 제외하고 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 등 총 7명이다. 이들은 모두 '별정직 공무원'으로, 보좌하는 의원들의 임기와 근무기간을 함께하지만, 각종 잡무와 업무과중에 시달려 스스로 짐을 싸거나 의원들에게 면직 처분을 받는 사례도 나온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달리 별정직 공무원은 늘상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있는 정기국회 때는 하루에 5시간도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가 하면 주말을 반납하기도 일쑤다. 또 총선이나 대선 때가 되면 당으로 차출되기도 한다. 당사에서 먹고 지내며 언론대응 등을 하고도 제대로 보수를 받기도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일해도 막상 승진의 기회를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인사고과가 따로 없이, 보좌하는 의원들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좌진 커뮤니티엔 "국회란 곳은 역시 일 못하고 능력 안 되도 영감(보좌 의원)한테 잘하고 윗사람한테 아부하면 살아남을수 있는 곳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자조섞인 글도 있다.

김영수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은 이날 <더팩트>에 "의원 면직처분을 내리면 따라야 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게 국회의 특수성"이라며 "근로기준법상 30일 이전에 (면직) 통보를 하는 게 맞지만 내일 그만 두라고 하면 그만 둬야하는 것이다. 그걸 감안하고 생활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보좌진에 대한 처우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년 이상 재직 남성 보좌진 가운데 4급 보좌관이 12명이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20년 이상 재직한 4급 보좌관은 한 명도 없었다.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유리천장을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회는 유리천장이 더 두꺼운 곳"이라면서 "출산과 육아로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여성들에겐 폐쇄적인 직군인 것 같다"고 전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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