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문재인 케어' 의사 목줄죄기"…사실일까?
입력: 2017.11.20 04:00 / 수정: 2017.11.20 04:00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 | 김소희 기자] 정부의 의료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이 녹록지 않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악(惡) 제도이자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도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원안대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문재인 케어'를 둔 양 측의 샅바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문재인 케어'는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 63.4%에서 2022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시키게 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가 급여화 되면 원가를 보존하던 수단인 비급여가 통제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으며, 당장 내달 10일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는 총궐기를 예고했다.

◆ 의협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할 것"…대안은?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로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가 도입되면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에서 받는 진료비와 1차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에서 받는 진료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의료 쇼핑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진료비가 달라도 대형병원에 가려는 환자가 가뜩이나 많은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가 도입되면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은 결국 환자가 줄어 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환자들의 의료 쇼핑은 '예비급여 제도'를 통해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제도는 필요한 의학적 비급여는 대부분 급여화하고 상대적으로 비용 효과성이 낮은 치료는 예비급여로 편입한 다음 환자 분인부담율을 50%, 70%, 90% 등으로 차등화한다는 전략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팀장은 10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정책포럼에서 "현재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고 있는 것에서,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기준을 추가해 급여와 비급여 사이에 '예비급여'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 전문가들 중 예비급여 제도가 있으면 환자 본인부담금은 일정 부분 줄어도 전체 급여비 측면에서 부담은 남아있게 돼 의료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지난달 20일 열린 대한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케어' 자문위원인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학적 타당성이 필요한 항목들을 예비급여에 두다가 급여와 비급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를 통해 비급여의 급여화가 되면 10년 뒤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대안으로 '진료비 차등제 모형'을 제시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만성질환관리, 병원급 의료기관은 중증도에 따른 진료비 차등제 모형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케어를 실시하면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의료비 상승 요소가 존재한다며 보장성 강화 대책은 효과적인 의료비 관리 대책과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케어'를 실시하면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의료비 상승 요소가 존재한다며 보장성 강화 대책은 효과적인 의료비 관리 대책과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 국회 예산정책처 "건강보험 2019년부터 적자"…정부 "NO"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이 2019년 적자로 돌아서고, 2026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건보 재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7~2027년 건보 재정추계 결과'를 통해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2년에 70%로 올라서고 이를 2027년까지 유지하면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7년 고갈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당기수지 적자에 따라 적립금은 계속 줄어들어 올해 기준 21조 원 규모의 적립금은 2022년에는 11조5000억 원으로 반토막난 뒤 2026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분석 대로라면 보장률 확대와 의료비 지출 절감대책을 함께 추진할 경우에도 누적적립금은 2027년에 모두 사라진다.

예산정책처는 건보 재정이 고갈되면 결국 건보료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건보료 인상률을 2019년에 6.5%로 끌어올리고, 이후에는 3%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 누적적립금을 흑자로 유지하기 위해선 2025년까지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3.2%로 유지하다가 2026년에 4.9%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 마련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손 팀장은 "'문재인 케어'는 5년간의 계획이기 때문에 당장 검증할 수 없고 2018년 말이나 2019년에 검증해보면 된다"며 "2018년에는 1조 원 정도 건보재정 적자를 내는 등의 시뮬레이션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인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역시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재원 마련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봤다. 소요 예산의 문제가 아닌, 정책의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건보료 인상을 전제하지 않아도 '문재인 케어' 재원 마련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중증 질환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문재인 케어 예산과 6조 차이인 24조9896억 원의 예산을 썼다"며 "지난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조원이 넘는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없어도 생산 인구 증가 등으로 10년간 평균 건강보험 재정 자연증가율은 6.4였다. 또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건보료 수입의 15%에서 17%로 올려도 매년 1조원의 재정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모습. /의협 비대위 제공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모습. /의협 비대위 제공

◆ 정부, "전면 반대" 의료계 다독이고 '문재인 케어' 실현 가능할까

의협 비대위는 다음 달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문재인 케어' 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의료계와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추진되고 있는 '문재인 케어'는 반드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력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비대위는 이번 궐기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의사 3만~5만 명이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를 중심으로 예비 의사 및 젊은 의사들도 대거 궐기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있는 시 협의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8일 의협 산하 대전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문재인 케어'는 재정추계가 잘못됐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여전히 12월까지 세부계획을 내놓는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협회의 의견을 받는 것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손 팀장은 "연말까지 '문재인 케어'의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분야별 계획은 내년부터 다시 세울 것"이라며 "현재 의료계의 의견을 받는 통로가 막혔지만 급여화 항목 등 의료계와 논의하는 방향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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