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앉으나 서나' 文대통령, 수험생 안전 걱정했다
입력: 2017.11.18 04:00 / 수정: 2017.11.18 04:00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진 발생에 따른 사상 첫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오는 13일로 일주일 연기를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제공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진 발생에 따른 사상 첫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오는 13일로 일주일 연기를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 일순간 적막이 깨졌다.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내 브리핑룸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진원지는 휴대전화였다. '14:29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 규모 5.5 지진 발생', 긴급재난문자가 정신을 번뜩 들게 했다. 심상치 않은 규모의 강도였다. 몸으로 체감할 수 없었지만 누군가는 "천장의 조명이 움직였다"고 했다.

곧바로 청와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같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 중이었다. 공군 1호기에서 문 대통령은 지진발생 19분 뒤인 오후 2시48분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이어 오후 2시 58분 2차 보고를 받았다. 오후 3시 23분께 박수현 대변인은 춘추관 기자들에게 이 같은 정황을 알렸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상에선 실시간으로 현장 사진이 올라왔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 25분께 경기 성남 서울 공항 활주로에 도착했고, 마중 나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포항 지진현장에 내려갈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이동했다. 오후 4시께 춘추관에 울려퍼진 헬기소리가 문 대통령의 복귀를 알렸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오후 4시30분부터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을 마중 나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곧바로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더팩트DB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을 마중 나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곧바로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더팩트DB

약 75분 간의 회의 동안 핵심 안건은 바로 다음날인 16일 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상황 보고를 받던 문 대통령은 참모진들에게 여진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수능 연기'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 30분께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원전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시설들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할 것"과 "수능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대책을 강구하라"는 수보회의 결과를 언론에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능 연기'는 공식 결정되지 않았었다. 포항 현장에서 상황을 점검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오후 8시께 문 대통령에게 유선 상으로 수능 연기에 대한 최종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비공식적으로 공유됐다. 김 부총리는 오후 8시20분 '수능 일주일(11월23일)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사상 첫 '수능 연기 결정'에 놀라면서도 대체적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수능 당일 아침, 고3 수험생을 둔 참모진들은 연가를 냈다가 취소하고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일각에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를 비교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전체 수험생들의 혼란을 빚은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수험 출제자들은 일주일 내내 또 감옥살이겠네""시험지 보안 문제는 또 어떡하나"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SNS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 "국민 모두가 함께 해달라"고 호소하며 전국의 수험생과 가족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8시께 김상곤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수능 연기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8시께 김상곤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수능 연기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제공

지진 사흘째인 17일에도 문 대통령은 갑자기 참모진들과 티타임회의를 소집해 지진, 수능연기 등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랜 해외순방에 돌아오자마자 지진 등으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기에 지진과 관련된 특별한 상황만 보고받으면서 관저에서 쉬는 일정을 하고자 했으나 오후께 문 대통령이 티타임회의를 지금이라도 하자고 (집무실로) 내려와 회의를 했다"면서 "학생 문제뿐 아니라 민생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봐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교육부가 '수학능력시험 연기 고충처리센터'를 설치한 배경에도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어제(16일) 수능연기로 인한 고충처리센터 개설을 특별히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 지진 직후 문 대통령의 포항행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일단 청와대 관계자는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선 방문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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