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정리한 백서와 매뉴얼을 오는 12월 중순께 발간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신고리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 |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정리한 백서와 매뉴얼을 오는 12월 중순께 발간할 예정인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신고리5·6호기 공론화지원단' 관계자는 16일 <더팩트>에 "지난 7월 24일부터 10월 20일까지 약 3개월 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시민참여형조사를 통해 공론화를 추진한 전 과정을 담은 백서와 매뉴얼 제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물은 12월 중순에 발간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했다. 백서와 매뉴얼 발간은 이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이다.
'백서'는 공론화 전 과정을 기록한다. 19대 대선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찬반 여론에 부딪히자, 지난 6월 27일 정책 결정을 '공론화'에 맡겼다. 당시 정부는 공론화 예산으로 46억 원을 의결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설 재개' 정부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이후 지난 7월 24일 공식 출범한 공론화위원회(9명)는 시민참여단(471명)을 선정해 네 차례에 걸쳐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건설재개(59.5%)'로 의견을 모아 정부에 권고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수용했다.
공론화 백서에 담길 내용은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며 발표한 '최종보고서'를 기본 틀로, 구체적인 내용들을 수정·보완해 제작 작업 중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추진배경과 주요 일지△시민참여단 구성과 조사 설계 및 진행 과정과 분석 결과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 △주요 성과 및 개선 사항 △시민참여단 471명의 후기 등을 망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공론화 매뉴얼'로 꼽힌다. 공론화위원회는 정부 권고안 발표와 동시에 해산했지만, 각 분과별(조사분과, 소통분과, 숙의분과) 위원들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최종 분석과 매뉴얼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갈등관리분야(숙의분과) 위원을 맡았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은 지난 9일 <더팩트>와 만나 "이번 공론화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였고, 공론화 경험을 거치면서 숙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데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공론화는 3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좀 더 체계적인 준비작업이 사전에 이뤄지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던 부분"이라며 '공론화 표준 매뉴얼' 개발과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표준 매뉴얼 개발과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언했다./남윤호 기자 |
그러나 공론화지원단에서 내놓을 매뉴얼은 '(가칭) 신고리 공론화'에 한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론화지원단 관계자는 지난 1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론화 매뉴얼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집약한 매뉴얼을 제작 중이고, '공론화 표준 매뉴얼'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공론화 모델을 다른 국정현안에도 '확대 적용'키로 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의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논의와 사회 갈등 해결 모델 정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공론화위원회도 최종 보고서에서 "재개/중단을 주장하는 양측 간의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원회의 공정성 견지 노력을 일일이 국민과 소통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자평했다.
'공론화'란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거나 초래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전문가·일반시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공론을 형성하는 것으로, '정책결정에 앞서 행하는 의견수렴절차'다. 즉 이미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이었던데다 '찬/반' 갈등을 초래한 상황에서 '공론화 의제'로 사실상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들./남윤호 기자 |
이에 따라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속칭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즉, 사안(건) 별로 공론화를 진행할 경우, 연속성이 떨어지고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공론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는 '사용후핵원료' 공론화 작업을 거쳤으나, 절차적 타당성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다음 '공론화 의제'로도 거론된다.
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해 구성된 것이다. 법적 구속력도 강제력도 없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갈등 사전 예방기구로서 공공토론위원회를 두고 있다.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전, 법상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일반인들의 집단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