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공판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65) 전 대통령 사이의 문건 유출에 대한 공모 관계를 인정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5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2016년 4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정부 고위직 인사,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대통령 비서실 등 보고문건, 외교자료 등 180건의 문건을 최 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정 전 비서관이 유출한 문건 중에는 국정원장과 감사원장, 검찰총장의 인선 관련 검토 자료 등 공무상 비밀 47건이 포함됐다. 재판 도중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도 추가됐다.
그동안 정 전 비서관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공모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씨에게 전달한 문건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필요한 청와대 문건이라 민간인에 불과한 최 씨에게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도 대통령이 지시한 건 아니지만, 포괄적으로 최 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해 문건을 보냈다고 진술하는 등 대통령의 포괄적이고 명시적, 묵시적인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전 대통령도 작년 10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취임 후 최 씨 의견을 들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대통령도 청와대 문건이 최 씨에게 전달된다는 걸 당연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는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공모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청와대 문건 유출의 공범이라고 명시했다. /배정한 기자 |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기소한 유출 문건 47건 가운데 33건은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아닌 위법수집 증거라며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들이 법원이 허락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문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워 적법한 압수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도 유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응하지 않아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면서 "범행 횟수나 피고인이 누설한 비밀의 보호 필요성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무겁다.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해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범행이 아니었던 점, 국회 증인 출석엔 불응했지만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증인 소환에 응해 상세히 증언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사용한 휴대전화는 범행에 이용된 것이라며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대한 증거조사는 사실상 5월 초에 마무리됐지만, 정 전 비서관과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면서 재판이 지연되자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만 이날 먼저 진행됐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