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자존심 지켜줘 감사" 당원, 후보자에 감사패…유승민 '희망'봤다
입력: 2017.11.13 16:11 / 수정: 2017.11.13 16:11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대표 선출 직후 후보자들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대표 선출 직후 후보자들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9명의 의원이 탈당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13일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는 내내 밝았다. 대표 후보자로 나선 6명은 거듭 '비장함'을 내비쳤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장내 많은 이들은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연신 웃음과 박수를 크게 보냈다.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전당대회는 대규모는 아니었다. 통상 정당들이 올림픽공원 체육관 등을 빌려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과는 달랐다. 바른정당은 수개월 전부터 갑작스럽게 불거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로 몸살을 앓은 데다가 전당대회가 열리기 불과 5일 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9명의 의원이 전격 탈당했다.

덕분에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도 잃었다. 교섭단체 기준인 원내 20석을 딱 맞춰 갖추고 있던 바른정당은 9명이 탈당해 11석만 남았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주어지는 정당 보조금 등이 대폭 삭감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전당대회도 '반쪽'이나 마찬가지였다.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이날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당원들과 의원들의 얼굴에선 좋지 않은 상황에 비해 어두운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의 관심 또한 줄지 않았다. 여러 의원 및 당원들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언론의 무관심 속에 전당대회가 치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보였지만,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는 많은 언론들이 취재를 위해 모여들었다.

전당대회가 시작된 후 이어진 축사, 소감 발표 등의 순서에선 바른정당 의원 및 당직자들의 비장함이 엿보였다. 축사를 한 권오을 최고위원, 정병국 의원 등과 후보로 소감 발표에 나선 유승민·정운천·박유근·하태경·정문헌·박인숙 후보(기호 순)는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는 '낡은 보수' 한국당과 차별화된 '개혁보수'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당과 9명의 탈당파를 향해 뼈있는 비판을 건네기도 했다. 당원들은 이들을 향해 연신 박수를 보냈다.

13일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정운천 후보가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13일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정운천 후보가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최악이라고도 볼 수 있는 현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대표 후보자 및 바른정당의 모습도 돋보였다. 순서 순서마다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당원들이 대표 후보자들에게 '완주감사패'를 수여한 것이었다. 이는 당원들이 당과의 논의 없이 준비한 것이었다.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 바른정당의 설명이었다.

전당대회를 완주했다고 감사패를 수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는 탈당파와의 논의 속에서 잠깐 후보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번복한 박인숙·정운천 의원을 상기시키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두 의원도 겸연쩍게 웃었다. 이어진 후보자 소감 발표에서도 장내는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13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후 수락 연설하고 있는 유승민 신임 대표. /국회=남용희 기자
13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후 수락 연설하고 있는 유승민 신임 대표. /국회=남용희 기자

행사의 절정은 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후보의 수락 연설이었다. 유 후보의 긴 연설은 장내를 숙연케 했다. 눈물을 훔치는 당원들도 보였다. 유 의원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더 놀랍습니다. 왜 여기에 계십니까. 이 힘든 곳에 왜 남아 있습니까. 우리 분명 춥고 배고픕니다. 다음 지방선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왜 여기 계십니까. 그리고 저는 왜 계속 이 길을 가려고 합니까"라며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뜻이 있고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겁나지 않습니다. '바른정당에 희망을 걸었다. 옳은 것이 성공하는 세상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저 국민들, 당원 동지들이 계시는 한 저는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라며 "끝까지 같이 갑시다.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제가 다 지겠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유 의원은 사전에 실시된 책임당원 50%, 일반당원 20%, 여론조사 30% 득표를 합산한 결과 1만6450표(56.6%)를 획득하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에는 하태경·정운천·박인숙 후보가 뽑혔다. 하 후보 7132표(23.5%), 정 후보 3003표(10.3%), 박 후보 1366표(4.7%)를 각각 획득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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