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 김명수, 고민 깊어지는 이유는?
입력: 2017.11.12 13:00 / 수정: 2017.11.12 13:00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여부를 놓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여부를 놓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대법원=김소희 기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동향을 파악·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조사의 주체, 대상,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아직 '미정'이고, 법원 내부에서도 재조사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블랙리스트 담당자 컴퓨터 열람", 프라이버시권 침해 요소?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판사들의 특정 성향 등 신상정보를 법원행정처가 작성·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 간부에게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세미나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맏은 이모(39) 판사가 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받으며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 진상조사위(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한 달간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4월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도 두달 간 조사를 벌인 결과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이 같은 결과에도 지속적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요청했지만, 양승태(69·2기) 당시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법적·사실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지난 9월 25일 김 대법원장이 취임하자 법관회의는 블랙리스트 조사를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 대법원장은 장고 끝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김 대법원장은 첫 출근길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당장 급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법관회의 측과 만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해당 컴퓨터에 대한 보존 조치를 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재조사를 위해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리업무 담당자로 지목되고 있는 법원행정처 기획 제 1심의관의 컴퓨터 파일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진상조사위의 조사 과정에서도 해당 판사의 컴퓨터는 열지 못했다.

이 컴퓨터를 쓴 것으로 지목받은 판사는 지난 2월 전기 인사에서 일선 법원으로 돌아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 후 행정처는 이 컴퓨터의 사용을 중단시킨 상태다.

법관회의 측은 해당 판사의 컴퓨터를 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행정처 판사들이 사용한 컴퓨터는 국가 소유의 업무용 컴퓨터이기 때문에 상급자의 결정이 이뤄지면 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 열람은 어렵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당사자 동의 없이 파일을 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진상조사위도 이러한 이유로 판사 열람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이런 행위는 복잡한 법률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 김 대법원장이 '프라이버시권 침해 논란'에도 해당 컴퓨터를 열람할지 주목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판사의 컴퓨터 열람과 관련,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 열람이 가능한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판사의 컴퓨터 열람과 관련,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 열람이 가능한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조사 주체·대상 선정, 김명수 신뢰성 판가름?

김 대법원장은 3일 오후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법부의 현안으로 제기된 이른바 '사법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그 의혹을 해소하고 법원 구성원 사이에 발생한 갈등과 혼란을 없애기 위해 추가조사를 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한달 동안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단,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서초동 법원 청사 내 각 직급별 법관,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 등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대법관회의를 통해 대법관들의 의견도 들었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결론을 낸 진상조사위 관계자들과 재조사를 요구한 법관회의 판사들, 일선 판사들 등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직후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권을 다시 요구한 법관회의에 의해 조사가 이뤄지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김 대법원장의 첫 과제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수습의 신뢰성에 상처가 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법관회의 측은 지난 3일 "(대법원장은) 대표회의 측에 조사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위해서는 별도의 주체를 구성해 조사 방법을 정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더팩트>에 "이인복 전 대법관을 주축으로 이뤄진 진상조사위 결과가 이미 있고, 양 전 대법원장이 이미 재조사에 대해 거부했음에도 무리해서 재조사를 추진하면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한 비난해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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