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최순실 소유로 추정되는 '제 2의 태블릿 PC'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태블릿 PC와는 다른 모델이다. /임세준 기자 |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제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태블릿 PC를 보여달라고 줄기차게 말했는데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저는 (태블릿 PC를) 처음 봤습니다. 지난 1년 동안 JTBC가 국정농단을 계획한 것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최순실)
"재판장님,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특검은 이미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라고 단정을 하고, 목표를 둔 수사를 했습니다." (이경재 변호사)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61) 씨 공판에서 국정농단 핵심 증거품인 태블릿 PC가 처음 공개됐다.
해당 태블릿 PC는 최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14일 최 씨가 운영하던 더블루K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씨는 이 태블릿 PC를 본 적도, 써 본적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나아가 최 씨 측은 재판에서 자신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PC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태블릿 PC의 소유주와 내용을 두고 끊임없는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과 태블릿PC 속에 '드레스덴 연설문', '박근혜 전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표' 등 청와대 대외비 문건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 PC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태블릿 PC 포렌식 검증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공개하라"고 요청한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의 검증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태블릿 PC 전원을 켜면 앞서 시행한 이미징 작업과 추후 감정기관에서 추출할 이미징 작업의 해시값(Hash Value)이 달라져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열람을 반대했다. 따라서 이번 검증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 외관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재판부는 "검찰에서도 이미징을 해온 이후 한 번도 전원을 켠 적이 없다고 한다"며 "국과수에서는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징 할 장비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외관만 검증하고 감정촉탁을 위해 재판부에서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씨 측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문가 2명을 대동했다. 재판부는 다만 두 전문가가 태블릿 PC를 직접 만지는 것은 제재했다. 법정 실무관이 태블릿 PC 각도를 돌려가며 실물을 보여주면, 두 전문가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식으로 외관 검증 과정이 진행됐다.
최 씨 측의 촬영 과정을 지켜보던 검찰은 "태블릿 PC 촬영이 공판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실물 사진을 특정 단체나 언론에 유출돼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에서 엄격하게 통제해달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경재 변호사는 "공개 재판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한 만큼 외부에 알려진다고 해서 공공이익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한 만큼 철저히 지켜달라"고 중재했다.
지난해 10월 JTBC가 태블릿 PC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이후 이날 처음 실물이 공개됐다. 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태블릿 PC는 최 씨의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을 요구해왔다. /이덕인 기자 |
법정 내에 있는 실물화상기를 통해 처음 공개된 태블릿 PC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하얀색 제품으로, 뒤쪽에는 모델 번호 'SHVE140S'와 제품 생산 일자로 추정되는 날짜 '20120322'가 적혀 있다. '4G LTE 32GB'라는 제품 특성도 기재돼 있다.
최 씨도 자신의 것으로 지목된 태블릿PC 검증 작업을 직접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섰다. 최 씨는 진중한 표정을 한 채 태블릿 PC를 한참 동안 살펴봤다. 이후 촬영이 마무리되자 변호인과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가까이에서 태블릿 PC를 살펴본 최 씨는 "처음 보는 물건"이라며 "사용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영태의 계획적인 범행에 검사님들이 가담했고, JTBC가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한 것이라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경재 변호사 역시 "1년 만에 천신만고 끝에 현물이 제출돼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뭐 이거 보려고 1년이 걸리는지"라면서 "우리는 이 태블릿 PC를 처음보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 검찰은 JTBC가 제출한 것에 대해 최순실이 소지하고 사용한 것이라고 했는데, 애초에 단정을 하고 목표를 둔 수사를 하는 거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최씨 측은 계속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검증으로 최 씨의 태블릿 PC라는 점, 검찰이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증절차를 마친 뒤 태블릿 PC를 다시 봉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최 씨가 해당 태블릿 PC 사용자인지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최 씨의 판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된 최 씨의 재판은 상당부분 심리가 진행됐기 때문에 감정 결과를 마치면 판결 선고도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태블릿 PC가 최 씨 소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증거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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