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트럼프 국회연설, '폭탄 발언' 대신 '덕담'만 있었다
입력: 2017.11.08 13:51 / 수정: 2017.11.08 13:51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예상됐던 '폭탄 발언' 대신 한국에 대한 '덕담'만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설 시간의 많은 부분을 북한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지만 북한을 자극할 정도의 '쎈' 발언은 없었다. 북한을 향해 "미국을 과소평가 말라. 시험하지도 말라"는 정도가 이날 연설에서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특히, 한미FTA 관련 등 민감한 발언도 없었다. 그보다 한국의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동맹국'임을 강조하는 등 한국을 치켜세우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순방 중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에 나섰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었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남색 계열의 양복에 파란색과 보라색이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가슴에는 성조기 배지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전까지 연설문 수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DMZ 방문 일정 조율, 연설문 최종 수정으로 약 25분가량 늦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8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8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세균 국회의장의 환영사 직후 연설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연설 초반부에서 한국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멜라니아와 나는 한국의 고전적이면서도 근대적인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으며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에 큰 감명을 받았다"라며 "한국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에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특별히 주목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역사적 사실들을 매우 상세하게 열거하면서 거듭 칭찬을 한 것이다. 그는 6.25 전쟁을 비롯해, 1988년 자유총선거, 문민 대통령 배출, IMF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특히 그는 한국 골프선수들에 대해 말하면서 극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골프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세계 4대 골프선수들이 모두 한국출신이다. 축하드린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박수를 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너무나 성공적인 국가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는다"라며 "그리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국회사진취재단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국회사진취재단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약 35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서 24분 정도를 북한 비판에 할애했다. 이는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주목하고 있을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이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5세 미만 영유아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린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는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배분한 돈의 절반 이상을 기념비 탑, 동상을 건립해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데 썼다"고 비판했다. 이어 "잔혹한 독재자는 주민들을 저울질하고 점수 매기고,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며 "1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이 노동수용소에서 가장 노역을 하고 있고, 고문, 기아, 강간, 살인을 견디며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향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비교해 매우 다르다.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 공격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잔혹이 이곳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겠다"며 "북한 독재 체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김정은)이 획득한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체제를 심각한 위협에 빠뜨린다. 북한은 당신 할아버지가 꿈꾸던 낙원이 아니라 누구도 가선 안 되는 지옥"이라며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경우 우리가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덕담 및 북한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미FTA 관련 발언 등 민감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덕담 및 북한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미FTA 관련 발언 등 민감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한국에 대한 덕담을 이어가며 연설을 마쳤다. 그는 "한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이룩한 것은 한국의 승리, 그 이상이다. 인류의 정신을 믿는 모든 국가들에게 승리"라며 "하나님께서 한국 국민들과 미국을 축복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을 비롯해 청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간중간마다 박수를 쳤다. 입장과 퇴장을 포함해 전체 22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연설이 끝났을 때 여야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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