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억 원대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SBS 자료화면 |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7일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에 대한 1심, 연구용 스마트폰 수억 원어치를 밀반출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직원에 대한 선고, 비정상적인 보험계약을 했으면서도 정상적인 계약인 것처럼 보험회사를 속이고 판매수당을 챙긴 보험설계사에 대한 판결 이 주목을 끌었다.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 1심서 징역 4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7일 74억 원대 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된 박은주(60) 전 김영사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은 김영사의 대표이사로서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60억 원 상당을 횡령하고, 수익이 나는 김영사의 체험학습 사업을 아무 절차 없이 피고인이 실질 주주인 회사에 이전해 김영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회계 처리하거나 '유령 직원' 등재, 공금 무단 인출 등의 수법으로 2005~2014년 총 59억여 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의 일부는 부동산 매입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박 씨가 2011년 실적 전망이 좋을 것으로 평가된 체험학습 사업을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무상으로 양도해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2010년 박 씨가 별도로 세운 회사에 김영사와 그 자회사가 출판하는 모든 서적의 유통·영업 독점 대행권을 주고 수수료를 지급하게 해 1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는 범죄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 판단했다.
1989년 김영사 경영을 맡은 박 씨는 '먼 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며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2014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구용 휴대전화 수천 대를 빼돌려 중고폰 매매업자에게 팔아 거액을 챙긴 삼성전자 직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더팩트 DB |
○…연구용 폰 빼돌려 8억 챙긴 삼성전자 직원 실형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연구용 스마트폰 수억 원어치를 밀반출해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삼성전자 직원 이모(36·지체장애 1급)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씨는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연구용 단말기 관리업무를 하던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자신이 이용하는 휠체어에 달린 가방에 휴대전화를 숨겨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8474대 의 연구용 스마트폰을 빼돌렸다.
이 씨는 중고폰 매매업자 조모(35) 씨에게 품질에 따라 대당 10~15만 원에 넘겨 8억여 원을 받았다. 횡령한 연구용 스마트폰을 판 돈은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약 2년 동안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법이 대담해진 점, 횡령한 휴대전화는 실거래금액 기준 8억 원 상당에 해당하는 점 등으로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하며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선천적 장애를 안고 어렵게 살아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씨로부터 스마트폰을 사들여 되판 혐의(장물취득)로 기소된 조 씨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보험설계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진과 기사 내용 관계 없음.) /더팩트 DB |
○…보험료 대납하고 수당 3억 챙긴 보험설계사 실형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비정상적인 보험계약을 한 뒤 정상적인 계약인 것처럼 보험회사를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보험설계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신규 보험계약을 유치하고 월 보험료가 1회 납부되면 다음 달에 월보험료의 500∼600%가 판매수당으로 지급되는 점을 악용, 비정상적인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보험료를 1∼3번 낸 뒤 보험료 미납으로 보험계약을 실효케 하는 수법으로 보험회사를 속이고 판매수당만 챙겼다.
그는 2014년 8월 18일 고객이 보험료를 낼 의사나 능력이 없어 자신이 보험료를 내주기로 하고 보험계약을 하고도 정상적으로 보험계약이 이뤄진 것처럼 꾸며 보험회사로부터 판매수당으로 21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2013년 10월에는 월 보험료가 120만원 정도 되는 보험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꾸며 1억8000여만 원을, 2015년 2월에는 같은 수법으로 종신보험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속여 판매수당으로 82000여만 원을 챙겼다.
그는 또 월 납입금 수백만 원짜리 계를 하는 것처럼 꾸며 2000만 원이 넘는 곗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으며, 갚을 의사나 능력도 없으면서 피해자 3명을 속이고 7000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
이 판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보험금 판매수당 지급구조를 악용해 거액의 판매수당을 가로채 보험사의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했고 다른 사기범행의 피해도 회복되지 않아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