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대석] 이재정 의원 "캐비닛 문건, 朴정부 자충수…존재 알았다면 폐기"
입력: 2017.11.06 05:33 / 수정: 2017.11.06 13:15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이 의원은 최근 보수정권 당시 적폐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이 의원은 최근 보수정권 당시 적폐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TF초대석>은 '이슈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계 각층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사회·문화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에 대해 '이슈 인물'이 생각하는, 느끼는, 판단하는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이번 국정감사 시즌 야권의 '신(新)적폐청산' 공방에 맞서 '캐비닛 문건'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팩트폭행'으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줘 화제가 된 의원이 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청와대가 지원한 정황,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죽이기',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조사를 저지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면서 보수정권의 적폐를 파헤치는데 주력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역임한 법률전문가로서 이번 20대 국회에 들어와 민주당의 최전방 저격수로 활동했었다.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방색 끈'을 던졌던 이 의원은 최근 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와 적폐청산위원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의 이번 '문건 공개'는 사실 계산된 정치가 아닌 늘상 관심있었던 분야에서의 의정활동 중 하나였다.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시민사회 및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오면서 대통령 지적 기록물에 대한 관리와 법적 미비를 주장해왔다.

특히 이번 국감때 공개한 문건들은 모두 세종시 대통령 기록관에서 직접 보고 필사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공개한 것들이라고 한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의 곁엔 작은 핑크색 타이핑기와 휴대폰이 놓여져 있었다. 이 의원은 당시 필사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세 명의 기록관 공무원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 집요하게 확인하고 기록해 왔다.

그는 "사실 국회의원인 우리에게 공개할 수 있는 건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수 있는 거고, 기록을 등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 맞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또 "아직도 무한한 기록이 있고, 그게 공개된 상태로 있다고 할지라도 사실 누군가의 눈으로 정리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사실 유용한 자료가 되기 힘들다"며 이번을 계기로 과거 정부의 잘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통령 기록물에 관심이 많았던 이 의원은 국회의원인 우리에게 공개할 수 있는 건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수 있는 거고, 기록을 등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 맞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문병희 기자
대통령 기록물에 관심이 많았던 이 의원은 "국회의원인 우리에게 공개할 수 있는 건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수 있는 거고, 기록을 등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 맞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문병희 기자

-최근 끝난 국정감사와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적폐가 드러난 문건들을 공개했다. 특히 현재 청와대 캐비닛 문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도 이뤄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시작된건가?
"제가 원래 기록물 문제에는 관심이 많았어요. 변호사 시절에는 정보공개에 대한 정부공개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고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특히 공공기관의 기록물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캐비닛 문건 공개 전부터, 그리고 또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 권한에 대한 논쟁이 나오기 전부터 기록물에 대한 관심은 이미 갖고 있었고 지켜봐왔죠"

-특히 박근혜 정부를 향한 기록물 공개가 많았던 이유는 뭔가.
"관심사이기도 해서 기록학회 등 시민단체들과 소통을 계속하면서 토론회만 6~7번 했고, 그 가운데는 비공개 간담회 방식으로 더 솔직한 얘기들, 내밀한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기록관리가 부실한 가운데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저희 나름 대로 미리 살펴보기도 했고, 그때 이미 법리적 검토를 해서 황 권한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 권한 논란) 얘기가 나오기 전에 이미 저희 나름대로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던 차였죠. 그래서 황 권한대행의 기록물 지정에 대해 저는 강력하게 '권한없음'을 주장했었고 동결, 즉 '손대지 말고 이관해라'고 외쳤었어요. 대통령 기록관으로의 이전 후 기록물 지정에 대해서 법적인 미비를 보완할 시간을 우리가 의회에서 합의해서 갖자는 취지였죠"

"근데 동결하지 않고 기록물을 지정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자충수를 둔 거죠. 스스로 제 발을 걸다 보니까 캐비닛 문건이 등장한 거에요. 어떻게 보면 그 기록물 자체를 동결할 생각이 없었던 게 당시 청와대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갖고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됐었어야 했을 기록이 공개되는 바람에 혼란을 자초했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반대로 아마 그 당시에 그 기록물에 대한 존재를 알았더라면 폐기돼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정말 역사에 사라질 기록물들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죠"

-대통령기록물이라 쉽게 접근이 어려웠을 텐데 입수과정이 힘들진 않았는지?
"원래는 제가 지난 여름부터 기록물과 관련해서 (대통령 기록관 측에) 등사(謄寫, 원본에서 베껴 옮김)요청을 했는데 안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관련한 법리적 논쟁도 하고 담당 공무원과도 얼굴을 붉혀가면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국정감사 기간까지 오게 됐어요.

다른 의원님들은 (기록관 측에) 국감 자료 요청하듯 "그 당시 캐비닛 문건 달라" 이런 식으로 두리뭉술하게 요청을 하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주지 않을 거면 우리가 가서 보겠다. 열람되느냐"고 물었던 거죠. 처음엔 기록원 측에서 등사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법리적 검토를 했는데 결국 안된다고 해서 가서 보고, 등사해왔어요. 워낙 지금 정치공방 치열하다 보니까 야당을 의식해서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 기록관이 성남에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세종에 있습니다. 가는 시간만 해도 네 다섯 시간은 족히 걸렸어요. 이틀에 걸쳐 갔다 왔는데, 첫 날은 도착하니 정오쯤이었죠. (기록물을) 보다보니 너무 빠듯해서 정말 화장실도 안가고 한나절을 앉아 봤어요. '나 다시 고시 공부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죠.(웃음)

둘째 날은 아예 새벽에 출발해서 (기록관 개장시간인) 오전 9시 되기 전에 도착했어요. 9시가 땡! 하자 마자 들어가서 밤 12시가 되기 조금 전에 나왔던 것 같아요. 하루 더 보고 싶었는데, 제가 기록물을 살펴보고 이기하는 걸 공무원 세 분이 지켜보시는 거에요. 기록물을 살피려는 나를 감시하는 공무원이라니. 그 분들도 이게 다 시간낭비고 괴롭히는 것 같아서 (자리에) 앉았다 하면 한나절을 꼬박 기록물만 팠죠"

-아쉬운 게 굉장히 많았을 것 같다.
"맞아요. 사실 준비기간도 굉장히 길었어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대통령 기록물) 목차를 보고 지정해서 볼 수 있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겠다, 이게 안되서 그래서 구체적으로 목록을 보고 선택을 해서 열람을 해야 하는데 목록 관리가 잘 안돼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분류가 돼 있지 않았어요. 기록을 생성할 때부터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기 위해 세세한 준비과정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또 그렇게 준비해서 가면 원래는 하루 정도면 다 보고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양이 워낙 방대해서 상당히 오래걸렸던 것 같아요.

또 아쉬운 점은 사실 제가 보고 싶은 것 위주로만 보고 왔다는 점이에요. 저는 권력기구 감시라던지 시민사회 옥죄기, 여론조작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다보니 (기록물 선택이) 제 관심사가 투영된 선별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자원외교에 더 관심이 있는 의원님들이 가서 기록물을 보셨다면 그분들의 눈엔 더 살펴볼 문제가 많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론 사실 국회의원인 우리에게 공개할 수 있는 건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수 있는 거고, 기록을 등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 맞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이에요. 아직도 무한한 기록이 있고, 그게 공개된 상태로 있다고 할지라도 사실 누군가의 눈으로 정리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사실 유용한 자료가 되기 힘든거잖아요. 그 역할은 누구라도 해야 하고 그게 누구든, 저든 기록학자이건 역사학자이건 정치학자든 저는 일반에도 공개가 되서 학술적, 역사적 가치라는 의미에 있어서라도 저는 공개가 되고 정리가 될 시간이 있어야 된다고 봐요"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계속 나오는데,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되냐라고 했다. 지난해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대정부 질의 모습./국회방송 캡처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계속 나오는데,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되냐"라고 했다. 지난해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대정부 질의 모습./국회방송 캡처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것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되겠나요. '우리하고 당파가 다르기 때문에 저 사람의 흠을 털어보자', 하면 이건 정치보복이겠죠. 그런데 이미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표적수사나 보복이 아닙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에서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소위 말하는 캐비닛 문건, 그러니까 임기 만료 후에 이관된 문건에 대해서는 우리는 보지 않겠다 그러니까 더 이상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건을 보지 말자', 이런 식으로 좀 합의가 되는 상임위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우리끼리 합의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봤어요. 국회의원이 안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볼 수 있으면 국민들도 볼 수 있는 거거든요.

우리끼리 너네 정권 때 (기록) 꺼 안볼 테니까 우리 정권 때 것도 보지 마라, 이런식으로 합의할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에요. 저는 그래서 일반에도 공개가 되고 언론이랄지 정치적, 역사적 관점, 역사적 관점에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과거에 얽매인다든지, 적폐청산 이제 지겹지도 않느냐는 프레임으로 그렇게 한꺼번에 다 덮고 넘어갈 성격의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문건공개 중에 충격적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하나하나가 다 참 특이하긴 했는데 저는 국회 들어올 때 가장 큰 각오가 뭐였냐면, '욕 먹을 각오'였거든요. 진짜 '욕 먹을 각오'라는게, "니가 욕을 하든 난 내 길 간다"의 차원이 아니라 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욕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 하는 악역도 있을 테고. 다 설명은 못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욕 먹으면 다시 반추해서 생각해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건 하다 못해 일개 국회의원도 그런데, 명색이 국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님이 '어떻게 비판받는 걸 못참지?' 이런게 가장 충격이었어요.

이를테면 벽화, 본인을 희화한 벽화가 여전히 있다, 어떤 게시글이 있다. 홍대에 어떤 지라시가 있다고 한다. 이런게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다는게 저는 납들이 안되는거죠. 저만 같더라도 제가 우리 보좌관님들을 불러서 포털에 안좋은 댓글들이 있다고 얘기를 하면 제가 부끄러울 거 같아요. 왜냐면 저는 제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국민들의 눈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일 지라도 감수해야 할 자리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라는 그런 자리에서 어떻게 이런 얘기가 오갔나, 이런게 좀 충격적이었어요.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 할지를 고민할거에요. 그런데 누가 나 험담하는 지 보고 그만큼 되갚아 줘야지 생각을 하면 다 불행해지잖아요. 청와대의 그 많은 우수한 브레인들이 '어제 지라시가 몇시에 뿌려졌다'이런 얘기를 듣고 앉아있으니 이게 말이 되는지. (희화) 벽화가 그대로 있는 것 같다.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황당했어요"

-당 대변인, 정당발전위원회, 적폐청산위원회 등 초선이지만 초선답지 않은 행보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들려달라.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중견이라고 하면 좀 민망하지만 나름 후배들이 많은 변호사인데, 국회에 들어오니 막내축에 속해요. 또 '막내'라는 역할에 맞추게 돼 참 묘합니다. 여의도 문법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국회는 사회의 경력에 비해 평가절하되거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청년고민을 하는데, 청년을 제대로 고민할 수 없게 하는 건 비단 2030 의원들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주체가 못돼고 있다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저도 '정치인 이재정' 보다는 당의 막내로서 어떤 역할이 더 적합했는가를 주로 더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엔 나로 인해서 대표되는 세대 정치나 이런 걸 고민하는 게 많아졌어요.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세대문제나 문화를 가져오고 고민을 (국회로) 가져오는데 있어서 생각이 많아지는 최근입니다.

그래서 사실 최근엔 한국당의 전희경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저희 당으로선 사실 한국당의 '파이터'로서의 전 의원이 부담스럽지만 사실 그 분을 사석에서 뵈면 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거든요. 같은 세대의 정치인으로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도 있는데 당내 역할에 의해서 고정된 캐릭터가 생기신 것 같아요. 전 의원과 저, 그리고 저희와 비슷한 세대의 비슷한 좌표에 있는 그런 의원님들과 함께 저희들만이 할 수 있는 세대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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