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두환 장남 '시공사' 계열사, 납품업체 대금 수억원 떼먹어 '논란'
입력: 2017.11.03 05:00 / 수정: 2017.11.03 10:44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재국 씨의 아내 정도경 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 스타일까사가 수백여 곳의 하청업체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폐업해 논란이 일고 있다./더팩트DB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재국 씨의 아내 정도경 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 '스타일까사'가 수백여 곳의 하청업체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폐업해 논란이 일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서울중앙지검=변동진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의 한 계열사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수백 여 곳의 납품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됐다. 미지급 금액 규모만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해업체들은 당초 시공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후 수년간 시공사에 납품을 해왔지만, 시공사는 납품업체의 동의 없이 계약 주체를 폐업하기 불과 1년 전 설립한 새로운 회사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들과 새로운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채무면탈을 위한 고의 부도'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납품업체의 대금 지급 요청에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대금을 주지 않는 등 '갑질' 행태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청산 후 재설립, 1년 후 다시 폐업…피해업체 300여 곳 피해금액 8억 원대

2일 <더팩트>가 관련 업계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시공사는 지난 2007년 4억4995만 원(보유지분 99.99%)을 투자해 온라인쇼핑몰 운영 회사 '스타일까사'를 설립했다. 스타일까사가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한 제품은 인테리어 제품을 비롯 각종 생활용품 등이었다.

하지만 시공사는 2014년 4월 스타일까사를 해산하고, 같은 해 8월 청산 종결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해 9월 9일 똑같은 상호명의 '스타일까사'를 다시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 아내 정도경 씨와 정진균 씨 등 공동대표 체제였다.

이전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본금이 4억 4995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점과 지분 관계였다. 2014년 청산한 스타일까사는 시공사가 지분 100% 보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설립된 스타일까사는, 공시 의무가 없어 지배구조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억대 결혼식으로 논란이 됐던 전 전 대통령의 손녀 수현(전재국 대표 딸) 씨가 지분 50%, 시공사가 지분 10%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타일까사는 지난해 10월, 시공사 측으로부터 '까사온라인'과 '까사스쿨' 사업부를 사들였다. '까사온라인'은 시공사가 발행하는 유명 인테리어·가구·라이프스타일 월간지 <까사리빙>과 연결된 온라인 쇼핑몰이다. 즉 '까사리빙'에서 소개한 가구 및 인테리어 상품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던 곳이 '까사온라인'으로, 사실상 협업 관계인 셈이다.

그러던 중 스타일까사는 지난 9월 25일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신청으로 발생한 채권단은 총 321명으로, 대부분 납품업체였다. 피해금액은 8억 원가량이었다. 간이회생은 채무액 3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제도로, 법원의 관리 하에 빠르게 회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이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피해업체는 40여 곳으로, 피해 금액은 약 1억5000만 원 정도였다. 업체 1곳당 많게는 수천만 원에서 적게는 수십만 원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스타일까사는 지난달 25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신청을 했다. /독자 제공
스타일까사는 지난달 25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신청을 했다. /독자 제공

◆'구두계약'에 계약주체 변경도 고지 안해…'고의 부도' 의혹 짙어

문제는 시공사가 '스타일까사'를 청산하고 재설립하는 과정이 '비상식'적이라는 점이다. '출판 재벌'인 시공사가 납품업체들과 서면이 아닌 구두계약을 진행하는가 하면, 계약 주체가 변경된 사실도 납품업체에게 알리지 않았다. '고의 부도'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2007년 온라인쇼핑몰 사업에 진출할 당시 납품업체들과의 계약 주체는 시공사였다. 이후 청산과 재설립 과정에서 '동일 상호'지만 엄연한 새 회사(스타일까사)가 만들어졌음에도 납품업체들에게 계약 주체 변경 사실을 개별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납품업체 대부분은 회생신청 이후에도 시공사와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시공사 측에 미납 대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더팩트>가 스타일까사와 거래했던 납품업체의 8~10월 세금계산서를 확인한 결과, 8월과 9월 공급자는 시공사였다가 10월께 스타일까사로 변경됐다./독자 제공
<더팩트>가 스타일까사와 거래했던 납품업체의 8~10월 세금계산서를 확인한 결과, 8월과 9월 공급자는 시공사였다가 10월께 스타일까사로 변경됐다./독자 제공

<더팩트>가 한 납품업체의 지난해 8~10월 세금계산서를 확인한 결과 8~9월은 시공사였다가 10월 스타일까사로 변경됐다. 수개월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지민영 웨스트프롬 대표는 <더팩트> 취재진에 "2015년 계약할 때 '까사온라인' 운영자가 전재국 씨인 것으로 알았다. 출판업계에서 규모 큰 회사이니 구두로 계약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일이 터지고 세금계산서를 확인해보니 '스타일까사'라는 곳이 운영하고 있었다"고 했다.

지 대표는 "스타일까사 법인 등기를 떼어보니 정도경·진균 씨가 공동대표로 돼 있더라"면서 "5월과 6월 납품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정진균 대표에게 연락을 하니 '자산매각을 해서라도 미납금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도 해임됐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8월과 지난달 일부 업체들이 내용증명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들도 "당연히 전재국 씨 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까사리빙이란 곳이 워낙 유명하고, 해당 월간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샵(까사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 없이 전재국 씨 회사로 생각한 것"이라며 "까사리빙 홈페이지 하단을 보면 '대표 전재국'이라고 선명히 적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계약한 이유도 시공사라는 큰 회사를 신뢰했기 때문"이라며 "계약주체가 바뀐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공사와 납품업체 간 거래 계약서. /독자 제공
시공사와 납품업체 간 거래 계약서. /독자 제공

◆시공사 "스타일까사, 이미 분리된 법인…구두계약은 당시 실무자 판단"

이와 관련 시공사 측은 거래처 변경 사실은 공지했으며, 스타일까사는 이미 분리된 법인이기 때문에 자신들과 무관하단 취지로 답변했다. 정도경 씨와 함께 스타일까사 공동대표였던 정진균 씨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에 "저희는 이미 법적 절차를 밝아서 공식적으로 (스타일까사를) 매각했다. 당시 지불해야 할 채무 등은 모두 진행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법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타일까사에 이 부분(납품대금 미지급)에 대해 해결할 것이다. 회생이 되든 아니면, 어떻게 되든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겠나. 공식적인 입장은 (시공사와)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에 계약주체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경영상 무슨 판단이 있었는지 모르겠만, (스타일까사 온라인 사업권 이전은)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구두계약'을 한 배경에 대해 "당시 왜 그렇게 했는지 실무자가 알지 않겠나"라며 "거래 규모가 큰 곳은 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작은 업체는 상황에 따라 (구두계약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는 그때 거래를 책임진 분을 찾아서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시공사는 모든 계약 시 거래약정서 및 거래계약을 체결한다"고 답했다.

<더팩트>가 수소문 끝에 찾은 당시 실무자는 "저는 스타일까사 이전 사업자일 때 재직하고, (현재는) 퇴사해서 아는 게 없다"면서 "이해관계자가 아니니 스타일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 통해 문의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당시 공동대표였던 정진균 씨 역시 <더팩트> 취재진에 "할 말 없으니 전화하지 마라"며 "나도 상처를 받아 아프다. 궁금한 점에 대해 아무것도 대답도 안할 것이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법조계 "채무면탈 위한 꼼수로 보여"

법조계 관계자들은 시공사와 스타일까사의 행태가 "납품대금 지급 의무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꼼수"라면서 "납품업체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 관련 분쟁에 밝은 김종보 변호사는 스타일까사의 온라인 사업부문(까사온라인) 매각과 관련 "계약인수에 대해 대법원(2012년 5월 24일 선고, 2009다88303 판결)은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의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인수는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채권채무의 이전 외에 그 계약관계로부터 생기는 해제권 등 포괄적인 권리의무의 양도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그 계약은 양도인과 양수인 및 잔류 당사자의 동시적인 합의에 의한 3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할 것이지만, 계약 관계자 3인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 내지 승낙의 방법으로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며 "즉 계약상지위 양도인(시공사), 양수인(스타일까사), 잔류당사자(납품업체)의 3면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고, 시공사와 스타일까사가 합의하더라도 납품업체의 동의·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사업부를 객관적 근거 없이 우량자산으로 평가해 자력이 부족한 자회사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시공사 및 계열사를) 가지고 장난치면서 납품업체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채무면탈을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공사 측에 (미지급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세금계산서 등 자료가 있으니 (법리적으로) 다투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인권의 수호자로 알려진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 역시 "시공사와 스타일까사 등에 책임을 물을 계약사상, 또는 사실상 근거를 있는지 준비해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납품대금 지급 의무를 책임지지 않으려 고의적 회생신청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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