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왜?] 윤송이 사장 父 살해범, '우발 범행' 주장 이유는?
입력: 2017.11.01 04:00 / 수정: 2017.11.03 12:22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를 살해한 허모(41·구속)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더팩트DB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를 살해한 허모(41·구속)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를 살해한 허모(41·구속) 씨의 계획 범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허 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이유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향후 재판에서 양형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31일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허 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경기도 양평군 윤 씨 자택 인근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우선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윤 씨는 26일 오전 7시 30분께 양평군의 자택 주차장 옆 정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부인은 이날 오전 "남편 차는 없는데, 주차장에 피가 보인다"고 신고했고, 집 주변을 살피던 경찰은 정원에 쓰러져 있던 윤 씨를 발견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경기도 양평군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경기도 양평군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경찰은 윤씨의 목에 흉기에 찔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외상 3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타살로 추정했다. 그리고 윤 씨의 벤츠 차량은 오전 11시께 집에서 5㎞가량 떨어진 공터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 문은 닫힌 상태였으며, 내부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특히 집 입구에는 CC(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만, 윤 씨가 발견된 곳은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경윤 씨 차량이 발견된 장소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25일 오후 11시 45분께 윤 씨 차량을 이곳에 주차해놓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됐다. 또한 차량이 주차된 직후 다른 차량 1대가 인근을 지나가는 장면도 찍혔다.

경찰은 차량의 주인으로 등록된 허 씨의 행방을 쫓았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및 차량 수배를 통해 26일 5시 45분께 전북 임실의 한 국도상에서 허 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허 씨는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고 진술한 후 최근 진행된 일련의 조사에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허모(41) 씨는 범행 전 윤 씨가 거주하는 마을을 3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허모(41) 씨는 범행 전 윤 씨가 거주하는 마을을 3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문제는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힘든, 즉 계획 범죄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 양평경찰서가 허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범행 나흘 전인 지난 21일부터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가스총·고급주택·수갑·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뿐만 아니라 범행 직후 '살인'과 '사건사고' 등의 단어도 검색했다.

경찰은 허 씨가 '고급 주택'을 검색한 것을 두고 부유층을 상대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8000만 원의 채무 탓에 월 200만∼300만 원의 이자를 내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상대를 제압할 때 쓰는 '가스총'이나, '수갑'을 검색했다는 점으로 고려해 애초 살인까지는 염두에 두진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집에서 사용한 칼로 피해자를 살해한 점 △범행을 저지른 마을에 3차례나 방문한 사실 △범행 전후 휴대전화 꺼 위치추적을 피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계획된 살인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수사팀 중론이다.

실제 허 씨는 25일 오후 3시부터 범행 직전인 오후 7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윤씨가 거주하는 마을을 오갔다. 하지만 그의 차량 블랙박스는 19일 오후 5시 7분 이후 작동하지 않았다. 그의 동선을 살펴보면, 마치 현장을 사전답사라도 하듯 CCTV 위치를 파악하고, 심지어 피해 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또한 일반 직장이 범행 도구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 "횟집에서 훔친 칼이 차에 있어서 그걸로 범행했다"면서 "언제 어디서 훔친 건진 기억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더구나 훔친 장소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허 씨 범행 당일 휴대전화를 끄고 움직였다. 전날인 24일 10여 건의 업무 관련 전화를 걸었으나 25일 통화내역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게다가 '핸드폰 위치추적'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허 씨는 2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차를 훔치려 했을 뿐"이라며 아예 살인 범행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허 씨는 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을까. 법조계 등 형사 사건에 정통한 이들은 "양형을 줄이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흔(사진)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허모(41) 씨의 범행에 대해 계획적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범대학원 교수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려고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덕인 기자
박종흔(사진)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허모(41) 씨의 범행에 대해 "계획적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범대학원 교수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려고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덕인 기자

박종흔 범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더팩트> 취재진에 "계획 범행이었다면 징역 15~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발적이면 10년 안팎이다"고 했다. 이어 "계획이냐, 우발이냐에 따라 형량이 많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이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범대학원 교수 역시 허 씨가 우발 범죄를 주장한 배경에 대해 "일단은 (형량이) 가장 큰 것 같다"며 "현장의 경험으로 보면, 경찰은 (계획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찾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씨가 '프로파일러 조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언어 표현에 있어 자신의 범죄 사실을 드러날까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범죄 의도를 숨기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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