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기업총수 출석 줄었네" 첫 시행 '증인신청실명제'…성과는
입력: 2017.11.01 04:00 / 수정: 2017.11.01 04:00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바로 기업 총수들의 묻지마 호출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국회 국감장 밖에서 자료를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바로 기업 총수들의 '묻지마 호출'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국회 국감장 밖에서 자료를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기업 총수들의 '묻지마 호출'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증인 신청을 위해 의원 실명 이름을 공개해야 하는 '증인 신청 실명제'가 시행된 첫 국감이었기 때문이다. 증인 신청 실명제는 지난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로, 작년 12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밀실 증인 합의'→증인 신청 '투명성 강화'

최근 국감장에서는 한 마디도 못한 채 앉아있다가 돌아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증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공식 서면이 아닌 의원실이나 상임위 간사간 개별 협의를 통해 증인을 채택하는 등 증인 채택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의원들이 추가 신청하거나 망신주기 식으로 국감장에 부르는 증인 중 상당수는 발언 없이 앉아만 있다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증인 신청 실명제를 처음 시행한 이번 국감에선 과다한 증인 채택으로 인한 논란이 없었다. 실제 매년 250여 명에서 350여 명에 이르렀던 일반 증인 수가 올해는 227명으로 감소했다. 증인 신청이유 등을 기재한 증인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국감 결과보고서에 증인채택 현황과 질의결과를 명시하는 등 증인 채택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책임성'이 강조되다 보니 '보릿자루' 증인이 줄어든 탓이다.

기업총수들의 국회 증인 출석 요구가 잦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박광온 민주당 간사는 3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자기 질문과 관련이 없어도 불구하고 재계의 많은 사람들을 불러서 국감장에 앉혀놓고 질문도 잘 안하는 그런점이 있었다. 하지만 (증인 신청 실명제 실시로)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부르고, 부른 의원이 책임을 지고 질의를 하게 된다"며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9일 정무위에서는 국감장에 출석한 일반 증인과 참고인에 질문이 돌아가지 못하자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질문을 촉구했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이 자신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질의를 하지 못하자 "증인을 불렀으면 말씀해야 한다. 추가로 2~3분을 드릴 것이니 증인신문을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게다가 증인에 대해 출석 요청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면 곧바로 보내는 미덕까지 생겼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설명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번 국감에서의 달라진 점에 대해 "부수적으로는 증인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석시간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증인 신문을 실시하고, 감사가 진행 중이라도 신문이 끝난 증인은 즉시 귀가 조치하는 등 증인을 배려하는 변화도 있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증인 신청 실명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원 개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거물급 증인 출석 요구가 소극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더팩트DB
일각에선 증인 신청 실명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원 개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거물급' 증인 출석 요구가 소극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더팩트DB

◆증인 신청에 소극적으로…보완 필요성도 제기돼

하지만, 일각에선 증인 신청 실명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원 개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거물급' 증인 출석 요구가 소극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기엔 (실명제 실시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의원 개인의 튀는 사람, 화제의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경우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위의 한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아무래도 좀 더 튀어보려고 국감 기간 중에 거물급 인사를 증인으로 요청하려다 당 간사에게 과도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의원실의 경우는 어떤 인사 불러다가 무슨 질문 하니까 집중하라는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할 수 있으니 (이를 기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기업총수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등의 출석 요구 필요성이 있는 경우엔 실명을 걸고 증인 신청을 해야 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상임위에선 실제로 의원이 책임을 지고 기업 총수를 부르겠다고 했는데도, 간사간 협의에 의해 무산되는 등의 한계도 있어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19일 정무위 국감에선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국감 출석이 무산됐다. 대신 김병열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허 회장의 출석을 요구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김병열 사장에게 "GS그룹은 허 씨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왕국이라는 말이 있는데 전문 경영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신껏 발언하는 데 불편함도 있을 것"이라고 증인 출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정무위의 최종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 개인이) 신청한 증인이 (간사간) 협의에서 채택이 안 됐을 때 거꾸로 누가 왜 (출석이) 안 된다고 했는지 공개를 해야 한다"면서 "각각의 헌법기관인 의원이 이름을 걸고 증인을 신청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 그러나 이번 국감엔 그렇게 되지 않고 간사간 협의 등 너무 제약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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