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김명수, '구속영장 기각 비판' 檢 향해 '일침'…왜?
입력: 2017.10.30 04:00 / 수정: 2017.10.30 04:00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장실질심사도 분명 재판이라며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에서 과도하게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장실질심사도 분명 재판"이라며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에서 과도하게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대법원=변동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을 향해 "법원을 향한 과도한 비난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침을 가했다. 최근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이 대외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법조계 관계자 역시 김 대법원장과 같은 의견이었다. '법치주의 대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취임 한 달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이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영장실질심사도 분명 재판"이라며 "국민이라면 재판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지만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 입장에서 과도하게 법원을 비난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뿐만 아니라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사건 등의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자, 검찰이 법원을 향해 비난의 날을 세우는 것에 대해 발언한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등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팩트DB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등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팩트DB

실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청구한 추명호 국가정보원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전체 범죄사실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익전략실 팀장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을 작성하는 등 야당정치인과 연예인 방송 하차,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박근혜 정부 때 국장으로 승진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실행·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처럼 추 전 국장은 약 10년간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새벽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추 전 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민간인 사찰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했다는 등 국정원 추가수사의뢰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같은 날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는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2009년부터 국정원 직원 등과 공모해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정부 또는 국정원 입장을 대변하는 관제시위를 벌였다는 의혹과 배우 문성근 씨 명예훼손, CJ그룹 본사 앞 시위를 중단하는 대가로 현금 2200만 원대 금품을 갈취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최근 서면을 통해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법에 새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은 윤석열(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 /김소희 기자
검찰은 최근 서면을 통해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법에 새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은 윤석열(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 /김소희 기자

이밖에 법원은 지난달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을 통해 여론 조작 활동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관계자 2명과 채용비리 관련 혐의(업무방해 및 뇌물공여)를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57) 씨, 부하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가 있는 사업관리실장 박모(58)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이어 지난 13일 KAI의 회계사기(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부하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관리실장 박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이 때문에 법원과 검찰은 장외설전까지 벌였다.

검찰 측은 당시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을 통해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 댓글부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심지어 공판에 출석하는 특별검사에 대해 수십 명의 경찰이 경호 중임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영장, 계좌영장까지 기각해 공범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서울중앙지검이 개별 사건에서의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이) 적절한 방식을 취한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검찰의 대외적 법원 비판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영무 기자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검찰의 대외적 법원 비판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영무 기자

검찰과 법원 간 '구속영장 설전'에 대해 법조계는 '대외적으로 법원을 비판하는 검찰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더팩트> 취재진에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판사의 객관적인 판단과 개인 양형 감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며 "(검찰이) 성명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검찰은 불만이 있다면, 법률적으로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할 수 있다"며 "일일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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