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의 시계를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맞춰놓으면서 본격적인 '정치구조 개편'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국 국회가 그들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거나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27일 정부형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정부형태를 논의하는 분과의 절반이 '혼합정부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의 시계를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맞춰놓으면서 본격적인 '정치구조 개편'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국 국회가 그들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거나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혼합정부제', 이름만 다른 '이원집정부제'
헌개특위 자문위는 당초 정부형태에 대한 논의를 이날 매듭지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제 유지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양 측의 의견을 모두 담기로 뜻을 모았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력 분산 등 정부구조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날 정부형태 논의를 담당하는 제2소위의 11명 위원 중 6명은 혼합정부제를 찬성했다. 혼합정부제는 이른바 외치(外治)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맡기고, 내치(內治)는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에 맡기는 형태로 '이원집정부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학부)는 2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내각제를 워낙 싫어하니까 국회가 변형된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고 책임정치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국회는 혼합정부제를 제시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서 혼합정부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아주 수준낮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더 나아가서 정책효과도 별로 보장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처럼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배출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야권 인사일때, 일반적으로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정부의 권력을 국회가 가져와 정쟁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형태' 두고 與野 기싸움..."사실상 정치권력 구조 바꾸기 어렵다"
정부형태를 두고 여야는 기싸움을 벌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018년 6월 개헌 국민투표'라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언론에 "개헌시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며 "그러나 특정 제도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선호하는 정부형태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 처럼 4년 중임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헌특위 위원인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형태와 관련해선 예민해서 (답을 해줄 수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원집정부제는 물론, 내각제 등 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과 협치의 권력구조로 개편하고 국민기본권, 지방분권, 직접 민주주의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주도하고자 한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해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춘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앞서 내년 6월 지방선거-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당이 개헌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개헌의 방점을 '지방분권'에 찍은 것 역시 이러한 전망과 맥을 같이한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권력구조 개편이 어려울 것을 아니까)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하자는 것이 아니냐"며 "(혼합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