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자신들이 추천했던 전 이사의 보궐 이사로 민주당 추천 인사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국회=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해 크게 반발하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야가 바뀌면서 한국당이 여당이던 당시 추천했던 이사들이 사퇴한 자리에 현재 여당인 민주당 추천 인사들이 선임된 것에 대한 항의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6일 최근 자진사퇴를 표명한 유의선·김원배 전 방문진 이사에 대한 보궐 이사로 여당에서 추천한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방문진 보궐이사에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자진사퇴를 표명한 유·김 전 방문진 이사를 추천한 것은 당시 한국당이었으므로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보궐이사는 자신들의 추천 인사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진은 총 9명인데 애초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3명으로 꾸려져 있었다. 그러나 여야가 바뀌고 이번 방통위의 보궐이사 선임으로 현 여권인 민주당 추천이 5명, 야권 추천이 4명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불법적 날치기 폭거라고 규정짓는다"라며 " 이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방문진법 등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이콧까지 감행한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더팩트>가 이번 논란에 대해 관련 법, 이전 사례 등을 통해 팩트체크해봤다.
한국당이 이번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건과 관련해 보이콧을 감행하면서 한창 진행중이던 국정감사는 '반쪽 국감'으로 끝날 전망이다. /국회=남윤호 기자 |
√FACT체크 1. 방통위의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이 법적으로 잘못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에 방통위가 민주당 추천 이사를 선임한 것과 관련 "방문진법 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방문진법에서 다루고 있다. 방문진법 제6조에선 '진흥회에는 임원으로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와 감사 1명을 두며,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 다만, 보궐임원의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고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임명한다'고만 적고 있다. 방문진법은 임명권과 관련해선 방통위에 있다고 적고 있지만 추천권에 대해선 정확하게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사실 여야 추천권 배분은 관행적으로 있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추천권이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천권과 관련해선 관행적으로 이어온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FACT 체크 2. 정권 바뀌어도 보궐이사 추천권은 여전히 구(舊)여권에 있다?
한국당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 추천한 인사가 사퇴한 자리의 보궐이사 추천권은 여전히 자기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이 부분과 관련해 결론적으로 한국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여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6일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의뢰로 외부 전문가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더팩트>가 박홍근 의원실로부터 받은 입법조사회답서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는 “방통위의 이사 임명권을 규정한 법규명령이 명확한 상황에서 관행을 이유로 기존 정당이 보궐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결론 내렸다.
외부 전문가는 "한국당 몫으로 추천됐다가 사퇴한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의 후임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고 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한 임명권은 한국당이 아닌 방통위에게 있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이 외부 전문가는 "방문진법에 이사 임명에서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어 보궐이사 임명 시 방통위는 정당 등 각 분야에서 추천된 사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문진 이사 구성의 기존 관행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방문진 이사의 구성을 여당 추천 6, 야당 추천 3으로 한 관행의 목적은 방문진 이사회 기능의 합리적·실무적 실현을 위한 여당 추천 이사의 과반 지배에 있다”며 “다만 2000년 이후 관행이 법률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법률상의 미비를 조속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이사 추천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방문진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보궐이사 선임은 법 규정에 따라 진행할 일이지, 정치권이 법에도 없는 권리를 주장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당에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렇게 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선임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FACT 체크 3. 이명박 정부 때도 사례 있었다?
방통위를 직접 찾아 항의하는 한국당을 향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렇게 한 전례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말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KBS 이사직 선임과 관련해 같은 전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신태섭 이사가 해임된 뒤 보궐이사 자리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임명했다.
동의대 교수였던 신 전 이사는 KBS 이사 활동과 관련한 학내 규정을 어겼단 이유로 학교에서 해임됐고 이로 인해 KBS 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가 일부러 압력을 넣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후 KBS 이사진은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는데 정부가 이를 위해 신 전 이사를 내쫓고 강 교수를 임명한 것이라는 것이다. 신 전 이사는 해임과 관련해 소송을 걸어 승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