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현장시찰이 보고서 없는 '견학'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앞서 김수민 2차장(왼쪽)과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이 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문병희 기자 |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국정감사 현장시찰이 보고서 없는 '견학'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사후 보고 등이 전혀 없는 '깜깜이 시찰'에 국정감사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현장시찰 크게 늘어…보고서·속기 하나 없는 '견학'
국정감사는 정부의 피감기관들을 국회로 불러 감사를 진행하는 것과 피감기관이 위치한 곳으로 의원들이 직접 찾아가는 현장감사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반면, 국감 기간에 진행되는 현장시찰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질의를 하지 않고, 현장만 둘러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에 따르면 올해 현장시찰은 총 28회로 전년 대비 7회가 늘어났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현장시찰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모니터단 관계자는 "해마다 시찰이 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등 원래 시찰이 많은 상임위가 아닌데 시찰이 늘었다. 국토위는 6일가량이 시찰"이라고 했다.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올해 현장시찰이 가장 많은 곳은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와 국방위원회(국방위)였다. 지난해 국토위 현장시찰은 0회였지만 올해는 7회로, 국방위도 전년 대비 2회가 늘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평창을 시찰하는 상임위들도 많았다. 국토위를 비롯해 교문위·행안위 등이 동계올림픽 준비 현황을 둘러보겠다며 너도나도 평창을 찾았다.
이처럼 현장시찰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속기사나 시찰 보고서 등이 없어 '단순 견학'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서 국감 기간 중 '유람'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유다. 실제 현장시찰은 일반감사와 달리 의원들이 시찰을 갔다 온 후에 사후기록을 남길 의무가 없다. 국감 결과보고서의 작성 기준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감사의 목적, 기간, 대상기관, 실시 경과 등 일반사항과 주요 감사 실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포함해야 하지만 '현장시찰'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다.
또, 국감 절반이 지난 24일 기준, 현장시찰 내용과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상임위도 다수였다. 산자위·보복위·여가위 등은 구체적 일정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장시찰의 장소와 내용은 각 상임위 위원장과 각 당의 간사가 협의하에 정한다고 한다. 때문에 일부 상임위에서는 시찰 하루 전까지 장소를 미정으로 정하는 등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장시찰을 나가기도 한다.
국정감사 종합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2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주에도 (시찰) 당일까지 (일정이) 확정이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현장시찰) 보고는 언제 끝났다는 정도나 특이사항은 들어온다"고 말했다.
현장시찰은 시찰 보고서나 속기사를 필요로 하지 않아 '견학'에 그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속기사들이 국감 내용을 속기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
◆주말 앞둔 '금요 시찰' 많아…"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요식행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장시찰이 국감 준비를 귀찮아하는 의원들의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지난 23일 보도자료에서 현장시찰에 대해 "토요일과 일요일을 앞둔 시찰이라 유람이라는 의혹도 든다"며 특히 감사 후 현장시찰을 진행하는 상임위에 대해선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함에도 이렇게 벌건 대낮에 국감이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7일(금요일) 국감을 진행하는 10개 상임위 가운데 현장시찰에 나서는 상임위는 4곳이나 된다. 또 국토위는 국감을 진행한 후 현장시찰에 나선 경우가 전체 현장시찰 6회 중 5회에 이른다.
이와 관련 홍금애 국감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이날 <더팩트>에 "시찰 미정이라고 돼 있는 상임위가 굉장히 많다. 의원들이 시찰을 가면서 준비를 해야 그 기관에 대해 물어도 보고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면서 "현장을 쓱 둘러본다고 해서 행정의 구체적 문제점을 아는 것은 아니다. 현장시찰은 국감이 없을 때, 얼마든지 평상시에 해도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국감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책임추궁이 있어야 바뀌는 사람들이기 위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며 "국정감사 기간이 20일인데 이 마저도 제대로 안하고 놀러가고, 시찰하러 가는 것이다. 국감 준비하기가 힘드니까 자꾸 꼼수로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