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한 文대통령, 탁현민은 '블랙홀'?
입력: 2017.10.26 04:00 / 수정: 2017.10.26 04:00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3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여성운동의 대모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3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여성운동의 대모'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言行) 중 눈에 띈 코드는 '여성'이다. 대선 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성 평등 의식을 보여줘왔다는 평가다. 관련 정책을 펴고, 공식 일정과 행사에서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가장 최근 문 대통령은 국내 여성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이효재 선생과 청와대서 만났다. 1997년 은퇴 후 경남 진해에 정착한 이 선생은 지난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와 얼굴을 마주했다. 이 선생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됐으니 이제 통일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 내외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이 선생의 두 손을 꼭 잡고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당부했다.

지난 15일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한국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2016년 개봉한 '미씽'은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집에 중국인 한매(공효진 분)가 보모로 들어오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물이다.

영화 감상 후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를 지선(엄지원)과 한매(공효진)가 고용인, 피고용인이기도 하고 가해자, 피해자 관계이면서도 두 여성이 똑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에도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한매가 사라진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주 소외되고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 영화 미씽을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 영화 '미씽'을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최장 10일의 추석연휴를 맞은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남녀 평등'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다. 한가위 연휴 동안 우리 여성들과 남성들 무엇이든 같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명절에도 일하던 여성 '긴급전화 1366'의 최은미 상담사에게 격려전화를 걸어 "여전히 명절음식 장만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제는 남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생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성 문제'를 핵심 키워드로 삼은 문 대통령은 실제 취임 후 성 평등 정책 추진에 속도를 냈다. 우선 대선 공약인 여성 내각 30% 임명을 달성했다. 청와대 비서관에도 여성 참모들을 기용해 주요 정책을 이끌고 있다.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도 지난달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선 여성을 겨냥한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과 피해 구제에 대한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의'를 가리는 '그림자'가 있다. 바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지난 5월 여성관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았던 탁 행정관은 한때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었지만, 25일 현재까지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등 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기획해왔다. 그때마다 '탁현민' 이름 석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주목을 받은 노동계와 문 대통령과 만찬 메뉴 등도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선 '왕(王)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치권과 여성계 일각에선 탁 행정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곱지 않다. 최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그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인 민주당 여성 중진 의원들 마저도 고개를 가로저었었는데도 안고 가신 데 대해 실망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최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탁현민 트위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최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탁현민 트위터

여성계 관계자 역시 "2007년 펴낸 저서에서 '등과 가슴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를 입는 건 남자 입장에서 테러 당하는 기분' 등의 글을 실은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관은 '과거사'로 치부한다. 그런데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낙마한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따지고 보면 과거의 일이다. 잘잘못을 떠나 탁 행정관과 박 전 후보자 두 사례를 비교하면, 여성관과 젠더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왜, 탁 행정관의 기용을 고집할까. 청와대 관계자는 "탁 행정관의 기획력이 워낙 뛰어난 건 사실"이라며 '그의 능력'을 이유로 꼽았다. 탁 행정관은 '연출가'로서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를 기획했고, 이를 눈여겨 본 '노무현 정부' 당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봉하마을에서 열릴 추도식, 노무현재단 창립기념공연 등을 탁 행정관에게 부탁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와 시사 관련 콘서트 분야에서 '친노' '친문' 성향 연출가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야인이었던 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하며 정계 입문을 도왔고, 18대·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기획과 연출을 도맡으며 가까워졌다. 지난해 대선 구상을 위해 문 대통령과 '복심' 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문재인 정부 취임 5개월,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뇌관'은 언제고 터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위기'시 말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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