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안철수, '자강'에서 '통합'으로 선회한 내막은?
입력: 2017.10.25 04:00 / 수정: 2017.10.25 06:05

자강을 외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경기도 양평군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안철수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 DB
'자강'을 외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경기도 양평군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안철수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자강'을 외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옮겨간 이유는 무엇일까. 당 안팎에선 당의 지지율 답보 상태와 당내의 입지 축소,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안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 '통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최대 과제…'통합'으로 선회한 安

안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 뿐 아니라 당대표 취임 이후에도 줄곧 자강을 외쳐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바른정당과의 통합당 시나리오가 민주당과의 통합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온 여론조사를 기점으로 안 대표의 기조는 '통합'으로 선회했다. 안 대표는 여론조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다당제가 꼭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라며 "이제 자신감을 갖고 하겠다"라면서 본격적으로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안 대표의 입장 변화가 내년 지방선거를 최대 과제인 상황에서 여전히 지지부진한 지지율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당은 대선과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면서 여전히 원내 4당 가운데 지지율 꼴찌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3당 체제로 치르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가 곧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오르지도 않고 정체상태"라면서 "안 대표로서는 지방선거를 대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대표가 내세울 수 있는 다당제 체제 아래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정도의 당선자를 만드려면 선거연정 이상의 방법 모색이 필요했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의 중도정당이라는 3자 구도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중진계들의 '견제구'에 당 대표이면서도 '존재감 부족'

여기에 더해 낮아진 안 대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한 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안착시켰지만 올해 5월 대선에선 과거에 비해 사실상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안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 등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호남 중진 의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안 대표의 지난 8·27 전당대회 출마였다. 대선에 앞장서며 안 대표를 호위했던 박지원 전 대표도 안 대표의 출마를 부적절하다며 만류했었다. 안 대표는 전당대회 후 표출된 호남 중진의원들과의 갈등봉합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당 내부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안 대표에게 호남은 외면하지도, 그렇다고 버릴수도 없는 딜레마 같은 존재라고 한다. 전국정당과 압도적 호남지지 사이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 국민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바른정당 통합당이 호남권에서 20.9%를 기록하자 안 대표 측은 호남민심 역시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전화에서 "안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대표이긴 하지만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아져 위축돼 있는 상태"라면서 "안 대표는 (햇볕정책 등) 대북문제 (원칙을) 빼곤 바른정당과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는 명분 하에 민주당과 한국당의 틈새 속에서 존재감을 표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의 구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통합으로의 직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 총회에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안 대표의 구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통합으로의 직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 총회에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제동 걸린 安…'정책연대→선거연대→통합' 3단계로 선회하나

그러나 안 대표의 구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통합으로의 직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바른정당의 통합파를 이끄는 유승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호남 지역주의' 탈피를 주문한데 이어 당 내부에서도 섣부른 판단이라며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고 있어서다.

안 대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일단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등 분위기를 다독일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날 저녁 호남 중진들과의 만찬과 2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해 본격적으로 의견수렴에 나선다. 안 대표 측은 통화에서 "이번 정기국회까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시도해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에 성공한다면 통합으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며 "내일은 당내 처음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연대는 의원들이 지금 활발히 하고 있고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공감대 형성이 될 수 있는지 오늘, 내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며 "공감대 형성이 될 수 있는지 오늘 내일 이렇게 다 이야기를 나눠보며 의견을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의 리더십이 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사분란하게 당 내부를 단결시키지 못하고 통합론을 관철시키지 못하면서다. 실제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 사이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안 대표를 출당시킬 수도 있다는 언급마저 나오고 있어 내홍 국면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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