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4일 '블랙·화이트리스트' 수사를 위해 국정원 전직 관계자들을 소환했다./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서초=김소희 기자] 검찰이 24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국정원 전직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했다. 검찰의 '블랙·화이트리스트'를 지휘한 수뇌부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10시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박 전 국장은 2010~2012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당시 정치·사회 등 국내정보 담당인 국정원 2차장 산하 국익정보국에 근무하면서 구속된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에게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국장이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면 선임부서인 신 전 실장의 국익전략실에서 문건을 생산해 민병환 전 2차장과 원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국장은 2012년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권영세 당시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과 수차례 통화를 한 의혹도 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과학정보담당인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장을 지낸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도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단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진행할 당시 수사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을 꾸미고 허위 문서를 내주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당시 국정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정치인 비방 활동과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의 방송 하차 등에 관여한 혐의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소환해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문병희 기자 |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시위'를 벌이는 보수 단체를 금전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도 확대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오전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켰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을 상대로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가 보수 성향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등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또 국정원과 이 전 실장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캐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1일 이 전 실장의 자택과 사무실, 경우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화이트리스트 수사 관련, 국정원 관계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건 이 전 실장의 경우가 처음이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현대기아차그룹 수뇌부에게 요구해 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수십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우회가 자체적으로 친정부 시위에 나서거나 어버이연합 등 다른 보수단체에 자금을 전달하는 중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월 국정농단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친정부 성향 보수 단체에 지원한 정황을 찾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당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짓 사무실과 서류를 제공하도록 지휘한 것으로 보고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 전 원장을 보좌했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도 출국금지 조치됐다.
윤석열 지검장은 전날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압수수색 방해와 관련해 "수사 및 사법 방해 부분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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