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찬성비율 높았던 까닭
입력: 2017.10.21 05:57 / 수정: 2017.10.21 22:14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찬반 논란'에 부딪혔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 결과는 '건설재개'였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89일째인 20일, 1~4차 조사결과 시민참여단의 59.5%가 건설재개를 선택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공론화 기간동안 잠정 중단됐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재개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찬성 비율'이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숙의 과정이 진행이 될수록 건설 재개 쪽 답변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24일 출범한 공론화위는 9월 13일 표본에 맞춰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했고, 이 중 478명이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2차 조사와 13∼15일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471명이 3·4차 조사(2박3일 토론회)에 참여했다.

모두 네 차례 조사를 진행한 동안 시민참여단의 표심은 어떻게 변했을까. 공론화위원회가 공개한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을 통해 2만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전화조사에선 공사재개 36.6%, 공사중단 27.6%로 양쪽 의견 차가 9%포인트였다. 다만 '판단유보'가 35.1%로 부동층이 3분의 1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시민참여단(47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동층은 줄고 '건설재개' 비율이 높아졌다. ▲3차 조사에선 △재개 44.7% △중단 30.7% △유보 24.6% 였고, ▲4차 조사에선 △재개 57.2% △중단 39.4% △유보 3.3%로 나왔다. 판단유보층만 보면 35.1%→24.6%→3.3%로 확 준 반면 재개는 36.6%→44.7%→57.2%로 증가했다. 특히 '유보 선택'을 제외한 양자택일 문항(7번 문항)에서는 건설재개 59.5%, 중단 40.5%로 19.0% 포인트 차이가 났다. 조사결과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6%포인트였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89일째인 20일, 1~4차 조사결과 시민참여단의 59.5%가 건설재개를 선택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남윤호 기자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89일째인 20일, 1~4차 조사결과 시민참여단의 59.5%가 건설재개를 선택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남윤호 기자

양자택일 응답을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성별로는 남자의 66.35%, 여자의 52.7%가 건설재개를 선택했다. 연령대 별로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건설재개쪽이 우세했다. 1차 조사에서는 20대·30대·40대는 건설중단을 선택했고, 50대·60대는 건설재개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최종 4차 조사에서는 20대와 30대가 건설재개로 의견을 선회했다.

탈원전을 주장해온 측은 이번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건설재개 쪽에 반해 백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자평했다. 40년 동안 핵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교육을 받아온 사회에서 '단 3개월 만에' 이를 뛰어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견해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차장은 2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던 상태다. 원전 이해관계 집단과 언론의 편파보도라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며 "40년 동안 정부조직의 공격적인 홍보와 '안전하고 경제적이다'란 강력한 프레임을 단 3개월, 그리고 2박3일의 종합토론회란 과정으로 설득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던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탈원전 제동'이란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은 전체 원전에 대해서는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조사 설문 조사를 보면 '원전 축소' 의견이 53.2%로, '원전유지' 35.5%나 '원전확대' 9.7%를 능가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권고안을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가고 있다./남윤호 기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권고안을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가고 있다./남윤호 기자

유성희 한국YWCA연합회 사무총장은 20일 <더팩트>에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과 같은 입장이다. 탈핵을 염원하는 국민들 의견이 공정하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운 결과지만,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을 겸허히 존중한다"면서도 "시민참여단의 53.2%가 원전축소 의견을 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노후원전 조기폐쇄와 원전 안전성 강화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차장 또한 "신고리 5·6호기는 지난해 6월 착공을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약 29%며, 1조6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원전 축소 53.2%의 압도적인 의견은 오히려 '원전은 여기까지다'란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이번 공론 결과에 대해 '탈원전 기조' 유지의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장기적인 것이고 전 세계의 흐름은 탈원전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신재생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들이 이뤄져야 한다. 이 기조는 앞으로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정부권고안을 바탕으로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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