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김이수 체제 논란' 헌재 입장 표명…靑 '당황'
입력: 2017.10.17 11:12 / 수정: 2017.10.17 11:20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은 지난 16일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해 소장 공백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6월 7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 권한대행./이새롬 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은 지난 16일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해 "소장 공백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6월 7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 권한대행./이새롬 기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청와대가 당혹스런 분위기다. 지난 16일 헌재 재판관 전원(8명)은 "소장 공백 사태 장기화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견해를 냈다. 앞서 야권은 김 권한대행 체제의 '자격'을 문제삼으며, 헌재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소장과 관련해선 지난 10월 13일자 (대변인) 브리핑문에서 이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적시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고, 당연히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할 예정이란 점을 명료하게 밝혔고, 헌재 재판관 입장문도 청와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진화에 나섰다.

헌재 재판관들의 반발은 청와대로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야당의 반대에도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한 명분 때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지난 9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수행에 동의했고, 이에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엿새 만에 헌재 재판관들이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재판관들은 조속히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임명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현재 헌재는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이후 9개월째 수장이 공석 상태다. 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9명 재판관 체제에서 1명이 부족한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4일 야권은 헌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인준안 부결을 이유로 김 권한대행 체제의 자격을 문제삼았다./이새롬 기자
지난 14일 야권은 헌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인준안 부결을 이유로 김 권한대행 체제의 자격을 문제삼았다./이새롬 기자

김 권한대행 체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국회에서 인준안이 부결된 사람을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있다. 지난 14일 파행한 헌재 국감에서 야당은 인준안 부결을 이유로 권한대행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선출된 권한대행을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법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국회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헌재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청와대는 논란 확산을 차단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대통령이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뇌관은 헌재소장의 임기 문제다. 소장과 재판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권한대행 체제를 결정한 데는 헌재 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입법 미비 해소'를 풀고 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재판관으로서 김 권한대행의 임기는 내년 9월 19일로, 이 때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헌재소장의 임기 불확실성은 그간 계속 문제돼 왔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중 소장을 임명할 경우 다시 소장 임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권한대행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 권한대행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이를 놓고 현직 헌법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임명되면 '기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 동안까지' 직을 수행하는지, '새로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정치권은 (대통령이) 현 재판관 중에서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말고 새로운 재판관을 지명하면서 그 분을 소장으로 지명하라는 주문 아닌가"라며 "이 부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사권 행사에 대한 일방적 주의·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재판관들의 입장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은 '절차대로 잘 가고 있다'가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조만간 후임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끝내고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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